박스권이 단단해졌다. 종합지수는 지난주 사상 두 번째 상승폭을 기록한 이래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다. 800선 공략을 시도하는 동시에 밑변을 다지고 있는 것. 증시는 당분간 박스권 등락을 거듭하며 방향 탐색을 지속할 전망이다. 강력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 800선에 대한 경계감이 강하고 단숨에 뚫고 올라갈만한 모멘텀 찾기가 쉽지 않다. 주도주의 탄력이 눈에 띄게 둔화된 가운데 설 연휴 이후 레벨업을 이끌어낸 뉴욕증시와 하이닉스 매각 협상도 강력한 우군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단기적인 관심을 고점 돌파나 안착 여부에 두기보다는 종목을 중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해 보인다. 실적주, 우선주, 소재관련주 등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말아야겠다. ◆ 숲보다 나무 = 800선의 저항은 예상보다 컸다. 소비기대심리가 큰 폭 상승하고 반도체 현물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경기와 관련한 호재가 나왔지만 좀 더 뚜렷한 신호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증시가 휴장한 데다 하이닉스 처리가 마이크론에 매각과 독자생존 사이에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둔 경계감도 짙어졌다. 종합지수는 장중 고점을 높인 이후 반락한 뒤 5일 이동평균선의 지지를 받으며 마감했다. 종합지수는 지난해 9월 미국 테러 이후 지지선 역할을 해 온 20일선과 800선 사이에서 등락하며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예측된다. 800선 돌파는 대세상승 진입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다만 호악재가 뒤엉켜있고 프로그램 매매가 증시를 좌우할 정도로 수급이 약화된 상황에서 지수 상승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최근 전개되고 있는 종목별 수익률 게임을 외면할 필요는 없다. 삼성전자 등 주도주가 가격과 프로그램 매물 부담으로 탄력이 둔화된 이후 중저가 종목으로 매기가 이전되며 갭 메우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주와 같이 개선추세가 뚜렷한 실적주나 보통주와의 가격괴리율이 높은 우선주 등에 대한 저가매수 전략이 유효하다. 저가매수는 무조건 싸게 사는 것이 아니라 추세가 살아있는 종목에 대한 매수시기를 탐색하는 과정이다. 실적주의 경우 지난해 영업성과가 어느 정도 반영된 만큼 올해 1/4분기 실적을 염두에 두고 매수 후 보유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우선주나 월드컵관련주는 순환매나 테마로 인식하고 짧게 접근하는 게 낫다. ◆ 뉴욕, 돌파구 제공하나 = 화요일 뉴욕증시가 연휴를 마치고 개장한다. 지난 금요일 뉴욕증시는 IBM의 회계처리 문제를 둘러싼 회계 악재가 부각되면서 큰 폭 하락했다. 엔론부도로 촉발된 '회계 망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예고 없이 번지며 투자심리를 급속히 얼리고 있다. 미국 의회가 엔론과 관련된 월가 투자은행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뉴욕증시가 어떻게 반응할 지 관심이다. 이날 증시와 영향을 미칠만한 예정된 경제지표는 없다.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기업실적과 관련해서는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지난 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1월 반도체장비 주문 출하 비율(BB율)을 발표한다. BB율은 지난해 12월 0.78을 기록, 넉달째 개선 추세를 이었다. 비수기에 접어든 가운데 개선 추세가 이어질 경우 반도체 현물 가격 상승, 고정거래가격 인상 등과 더불어 확산되고 있는 반도체 경기 회복 기대감을 북돋울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방한중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북한 메시지도 증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부시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과 세차례에 걸쳐 연쇄 정상회담을 갖을 예정이다. 지난달 '악의 축' 발언으로 한반도 지역 긴장을 급격하게 고조시킨 부시 대통령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자극적인 대북발언을 이어갈지 그의 '입'이 주목된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