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고대했던 '부시 효과'는 일단 도쿄증시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도쿄 증시의 닛케이 평균주가(225종목)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박3일간 일본경제의 회복을 위한 집중적인 '캠페인'을 자임하고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나흘만에1만선이 무너졌다. 이같은 닛케이의 추락은 부시 대통령의 방일 이전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이다.닛케이 주가는 부시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고이즈미 정권이 금융권 부실채권의 조기정리 등을 포함한 디플레이션 극복대책을 마련한다는 소식에 힘입어 1만선을 회복,미.일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끝난 다음날인 19일의 도쿄 증시의 장세는 힘없이 떨어져 일단 `부시의 최면술'이 전혀 먹혀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시 대통령은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전 외상의 전격적인 경질 이후 인기전선에 심각한 차질이 생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개혁작업을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외압'을 가하지 않는 접근방식을 택했다. 즉 부시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의 리더십과 비전으로 보건대 일본 경제는 회복하고, 개혁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식의 추상적인 `립 서비스'로 장기불황과주가하락의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는 일본 국민을 `최면'시키려 했던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닛케이 주가는 전날보다 무려 246.9포인트가 빠진 9,847.16으로 장을 마감하고 만 것이다. 시장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고이즈미 정권에게 확실하게 부실채권 정리 등을 주문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고이즈미 총리의 등을 두드려주는 식의 격려에 그침으로써 개혁노선의 미래를 매우 어둡게 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앞으로 닛케이의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부시 대통령의 대일 경제외교가 곧바로 효험을 보지 못함에 따라, 고이즈미 총리가 자신감과 추진력을 갖고 개혁작업을 밀고 나갈 수 있을지에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