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기권 굿모닝증권 사장에겐 "최연소"라는 닉네임이 따라 붙는다. 지난86년 그는 29세의 나이로 씨티은행 이태원지점장이 됐다. 국내 최연소 은행지점장이었다. 3년후 씨티은행 코리아 영업총괄이사로 승진했으며 41세땐 쌍용투자증권(굿모닝증권 전신)사장으로 전격 취임했다. 40대 증권사 사장으로서 최근 재선임된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고객만족도 1위 증권사를 만들어가겠다"는 다짐부터 밝힌다. 도 사장의 유임은 당연한 결과라는 게 굿모닝증권 안팎의 평가다. 3년전 막대한 적자에 허덕이던 굿모닝증권은 도 사장의 지휘 아래 '부실' 낙인을 말끔히 지워버리고 '우량증권사'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도 사장은 "지난 3년이 굿모닝증권의 비상을 위한 인프라를 다진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3년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결실을 이끌어내는 기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전'이란 단어를 상당히 애용한다. 도 사장 스스로 자신의 인생 행로에 이처럼 어울리는 표현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이력서만 언뜻 보면 든든한 배경 덕에 출세가도를 달려온 '운좋은 인간'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도 사장은 사업가인 아버지 덕분에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대학졸업 후 바로 미국으로 떠나 MBA(경영학석사) 과정을 마친 이력을 봐도 알 수 있다. 1985년 미국 씨티은행 본사에서 인터뷰에 합격한 그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국행을 자원했다. 가세가 급격히 기울면서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이듬해인 86년 씨티은행이 국내에서 소매금융영업을 시작하자 서울 이태원 지점장을 자원하다시피 해 맡았다. 말이 좋아 지점장이지 실제론 모두가 꺼려했던 자리였다. 당시엔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사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런 리스크를 감수할 마음이 들었냐는 질문에 그는 "남들이 안하는 일이잖습니까"라며 "내 위에 아무도 없는데다 할 일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지 않으냐"고 되묻는다. 그후 14년동안 그는 무려 12번이나 자리를 옮겨 다녔다. 마케팅 대출 신용카드 등 여러 분야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물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싶다'는 동기에서였다. "천성적으로 지루한 건 못참는 성격 때문인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96년 씨티은행 태국 소매금융부문 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뛰어난 실적을 쌓았다. 내심 태국에서의 임기가 끝나면 유럽이나 남미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돌연 미국 투자기관인 H&Q AP에서 쌍용투자증권의 '사령탑' 자리를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게 됐다. 이 때가 지난 98년. 당시 쌍용투자증권은 한보그룹과 기아그룹의 부도,외환위기,쌍용자동차의 부실 누적 등으로 심각한 신용위기에 직면한 '골칫덩어리'였다. 결국 외국계로의 매각이 성사되긴 했지만 회사의 앞날이 여전히 막막했다. 게다가 도 사장은 증권부문에 대해선 문외한이나 마찬가지였다. 고민 끝에 그는 '한번 해보자'라는 결단을 내렸다. 또하나의 도전장을 스스로 손에 쥔 것이다. 어차피 금융업이란 게 일의 본질은 같다는 자신감이 뒷받침해줬다. 굿모닝증권 사장 취임이후 그는 회사의 모든 제도를 바꿨다. 회사이름도 '굿모닝'으로 고쳤다. 회계시스템,인사제도에서 부터 심지어 임직원 휴가제도까지 '사람만 빼고' 모두 바꾼 것이다. 그는 "굿모닝증권의 인적 자원은 씨티은행보다 더 나을 정도로 우수했다"며 "문제는 리더십이었다"고 3년전 내부시스템 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도 사장은 체제 개편에 이어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추진했다. 그의 결론은 '가지치기'가 불가피하는 것.대부분 증권사들은 99년 증시 활황에 발맞춰 일선 지점을 10여개씩 늘렸다. 그러나 굿모닝은 이 기간중 6개 점포를 폐쇄했다. 직원수도 3분의 1이상 줄였다. 그 결과 98년 1천9백4억원 적자에서 99년에는 2천1백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말 현재 이 회사의 영업용 순자본비율(CAR)은 7백41%,세전당기순이익 3백29억원 등으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췄다. 전체 시장점유율도 전년대비 1.64%포인트 올라간 5.27%를 기록했다. 서비스와 고객 만족도 부문에서도 업계 선두그룹에 들어갔다. 전 임직원이 참가하는 합숙교육,서비스 모니터링 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한 결과다. 지난해 외부전문기관이 실시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증권업계 2위에 랭크됐다. 온라인 사업부문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업계 최초로 온라인 트레이딩 전문 브랜드인 'goodi'를 출범시켜 출범 1년만에 20만계좌를 확보하고 브랜드 인지도 1위자리를 차지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온라인거래 부문의 시장점유율도 올 1월 현재 3.43%로 전년 동기(2.14%)보다 크게 늘어났다. 굿모닝증권은 최근들어 해외영업과 기업금융에 주력하고 있다. 해외영업은 업계 1,2위를 다투며 외국인 투자자들을 위한 창구역할을 해내고 있다. 기업금융에서도 경영자문이나 선진화된 파이낸싱 기법을 활용한 기업의 자금조달 서비스 부문에서 탁월함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홍콩에서 발행되는 금융전문 월간지 'The Asset'은 '한국 최고의 기업금융 능력을 갖춘 증권사'로 굿모닝증권을 선정했다. 도 사장은 "모든 부문에서 1위하는 것은 어렵다"며 '선택과 집중'전략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 사장은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서도 "1위가 아니라 최고의 증권사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무리하게 약정을 늘리면서 대형화를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보다는 시장점유율 5%대를 유지하면서 고객과 주주,그리고 직원의 만족도가 1위인 증권사로 키우겠다는 것.주식위탁매매에서부터 기업금융 인수·합병(M&A) 자산관리 리서치 등 투자자의 어떤 요구도 충족시킬수 있는 종합증권사를 만드는게 그가 지향하는 비전이다. 글=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 ----------------------------------------------------------------- < 약력 > 1957년 대구 출생 경북고.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1985년 미국 듀크대 MBA 취득 1986년 씨티은행 코리아 이태원지점장 1989년 씨티은행 영업총괄이사 1990년 씨티은행 마케팅,소매금융 담당이사 1995년 씨티코프 파이낸스&시큐리티즈(태국) 사장 1996년 씨티뱅크 태국 소매금융부문 사장 1998년 12월 쌍용투자증권 사장 1999년 5월 굿모닝증권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