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다시 '바이 코리아'에 나섰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설 연휴가 끝난 14일 기다렸다는 듯 하룻동안 2천7백5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그 결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무려 56.52포인트(7.64%) 치솟은 796.18을 기록,전고점(787.65)을 훌쩍 뛰어넘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의 '사자' 주문이 이어졌다. 외국인의 폭발적인 매수세는 3일간 국내 증시가 쉬는 동안 △미국증시 상승 △하이닉스반도체의 매각협상 타결임박 △세계 반도체주 상승 등의 호재가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굿모닝증권 이근모 전무)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관망세를 보였던 외국인의 매수 전환, 호재로 둘러싸인 대장주 삼성전자의 초강세, 우호적으로 변하는 미국증시 등 대내외 여건에 힘입어 국내 증시가 상승기조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외국인 왜 사나 =우선 설 연휴동안 호재가 많이 나왔다. 이를 의식한 외국인의 주문이 이날 한꺼번에 몰렸다. 특히 미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크게 오른데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협상타결 임박 소식까지 보태지면서 삼성전자에 외국인 주문이 봇물을 이뤘다. 김석규 B&F투자자문 대표는 "지난 3일간 차례차례 나올 주문이 한번에 몰린 만큼 이날 외국인 매수규모에 흥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증시가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리레이팅(재평가) 받고 있는 과정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굿모닝증권 이 전무는 "외국인의 보유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스럽지만 한국증시를 대체할 만큼 매력적인 시장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외국인의 매도세는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외국인 매수종목 =외국인은 이날 반도체와 금융업종을 집중 매수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순매수금액(1천5백48억원)이 이날 전체 순매수(2천7백50억원)의 56%를 차지했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10.59%나 급등하면서 19개월만에 35만원을 돌파, 시장 전체를 달궜다. 외국인은 또 반도체와 함께 대표적인 경기민감주인 화학 철강 해운업종 주식도 대거 매집했다. 한화석유화학 호남석유화학 한진해운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모건스탠리 관계자는 "반도체 철강 유화 해운등 경기관련주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이는 경기회복 전망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향후 외국인 매수세는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행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메릴린치는 지난 주말 전세계 기관투자가들에게 보낸 '투자전략보고서'를 통해 2000년 7월이후 처음으로 아시아지역, 특히 경기회복에 가장 민감한 한국과 대만의 투자의견을 종전의 '비중축소'에서 '비중확대'로 상향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그 근거로 경기관련산업의 수익성이 크게 호전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구체적으로 기술주 내수주 은행주에 대한 투자비중을 확대하라고 메릴린치는 주문했다. 메릴린치는 또 아시아시장의 주가는 미국증시에 비해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미국증시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원기 메릴린치증권(한국지점) 상무는 이와관련, "한국시장 전망을 밝게 보는 해외투자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미국주가, 반도체 D램가격 등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외국인의 매수세는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