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기업이 덩치가 더 큰 거래소 상장기업을 잇달아 인수하고 있다. '닭(코스닥)'이 소(거래소)를 잡아먹는 꼴이다. 5일 코스닥기업인 스페코는 골든브릿지씨알씨 등 구조조정전문회사(CRC)를 앞세워 상장기업인 삼익악기를 인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스페코는 현재 법원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채권자집회 등을 거쳐 오는 9월께면 구체적인 인수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코는 제3자 배정방식의 삼익악기 유상증자에 참여해 1백70억원 규모의 유상신주를 인수,감자를 거쳐 삼익악기의 지분 약 35%를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9백억원 규모의 부동산담보와 1백억원의 채무 등을 매입해 총 1천2백25억원 상당의 자금을 삼익악기 인수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 회사 김종섭 대표이사회장은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인수를 결정했다"며 "삼익악기는 수출비중이 전체의 60%에 달할 정도로 해외인지도가 높아 원가율만 낮추면 연내에 이익창출이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스페코는 교각설비 등 중견 건설장비업체로 1999년 한라중공업 플랜트사업 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2000년에는 당시 민영화를 추진중이던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인수하기 위해 두산과 맞붙어 주목을 끌었었다. 이에 앞서 코스닥기업인 3R은 지난달 말 하이닉스 사업부인 현대시스콤을 2백억원에 인수,현재 합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코스닥위원회로부터 퇴출판정을 받은 한국디지탈라인도 수익성 제고 차원에서 거래소에 상장된 관리종목인 S기업의 인수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든브릿지의 조현구 이사는 "현재 M&A 등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는 거래소의 관리종목에 CRC들이 달라붙어 새주인 찾기에 혈안"이라고 밝혔다. 조 이사는 "자금력이 풍부한 코스닥기업과 비상장기업들이 CRC의 배후에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코스닥기업들이 업력과 시장기반을 갖춘 상장기업 인수로 수익모델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