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경동보일러 본사를 방문하고 돌아온 한화증권 고민제 기업분석팀 차장(38).그는 장 마감후 경동보일러에 대한 '매수의견'을 붙인 분석보고서를 마련했다. 지난해 11월 예상했던 추정실적을 크게 웃도는 잠정치가 나와 지금 같은 조정장에선 관심을 가질만하다는 추천이유도 빼놓지 않았다. 다음날 이 회사의 주가는 곧바로 14%이상 치솟았다. 대형주들이 주춤거리는 조정장에 들어가면서 중소형주들에 대한 리레이팅(재평가) 작업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주가상승도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리레이팅을 통해 급등세를 탔던 태평양 롯데칠성 등 1세대 가치주들의 바통을 중소형 가치주들이 이어받는 양상이다. 이미 가격이 많이 올라 부담스러운 블루칩 위주의 조정은 자연스레 실적호전 저평가 중소형주로 시중자금을 내몰고 있는 것이다. 최근 증권사 주식운용팀에는 될성싶은 중소형주 종목을 추천해달라는 펀드매니저들의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 증권사들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사정권' 밖에 있었던 기업을 찾아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적이 예상치를 웃도는 중소형 저PER주 찾기움직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바람난 중소형주=애널리스트들이 한발 앞서 발굴한 종목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4일 종합지수가 12포인트 이상 하락했으나 경동보일러,성도,신도리코 등 실적호전 중소형주들의 주가는 꿋꿋했다. 경동보일러는 6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공인회계사의 검증을 거친 지난해 영업이익(1백68억원)과 순익(1백10억원)이 증권사들의 추정실적치(영업익 1백36억원,순익 88억원)를 뛰어넘는 신장세를 보인 게 주가상승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지난 2000년 영업이익은 1백26억원,순익은 6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4분기 일본과 미국 등지로의 수출비중이 늘어나 실적개선이 기대되는 신도리코도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경쟁적으로 나서는 기업탐방=각 증권사 기업분석팀의 기업탐방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실적발표를 앞두고 다른 증권사보다 한발 앞서 유망종목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한화증권 고민제 차장은 "기업들의 실적발표를 앞두고 실적호전이 예상되는 업체에 대한 탐방이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IR와 달리 개인적인 방문인 만큼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같은 기업에서 만나는 일도 잦다"고 덧붙였다. 경동보일러 관계자는 "지난 1월 둘째주부터 증권사 애널리스트들과 약속이 없는 날이 없었다"며 "요즘에도 오전,오후로 나눠 애널리스트들을 만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기존 KOSPI종목 위주의 펀드에서 일부 차익실현에 나선 펀드매니저들도 포트폴리오 구성에 애를 먹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적이 탄탄한 중소형 종목 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증권 한 관계자는 "시가총액 5백억원 이상 종목 가운데 실적호전이 예상되고 PER가 낮은 종목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전략=전문가들은 "발품을 판 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게 요즘 장의 특징"이라고 진단했다. 이채원 동원증권 주식선물팀장은 "한발 앞서 기업의 실적을 알아내는 게 지금 장에선 가장 큰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도 관심기업 주식담당자에게 전화로 실적을 알아본 뒤 덜 오른 종목을 선취매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