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수 < 금감원 국제업무국장 > 1997년 12월 자유변동환율제도로의 전환 이후 최근까지 외환자유화가 진전됨에 따라 우리는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비약적인 전환기를 보내게 됐다. 즉 과거와는 달리 금리, 환율, 주가 등 주요 경제변수들이 명실상부하게 서로 연동돼 시장메커니즘에 의해 움직이는 등 시장기능이 크게 활성화됐다. 이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얻은 중요한 성과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국경간 자본이동 규모 및 빈도가 증가세에 있고 이로 인한 원.달러 환율의 변동폭 확대와 더불어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자산.부채의 외환리스크 노출이 증대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시장기능이 활성화된 상황하에서 각 경제주체는 수동적으로 정부가 환율 등을 인위적으로 안정화시켜 주기를 바라기보다는 이들 변수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외환위기 이전인 96년중 국내기업의 환차손 규모는 약 4천억원에 불과했으나 99년에는 무려 6조7천억원 규모로 확대됐으며 상장기업의 환손실 규모도 2000년 약 4조원에 달하였다. 이같은 기업의 외환리스크 노출에 따른 손실누적은 해당기업의 영업이익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여신 등을 보유한 거래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 국가적인 손실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도 이런 점을 중시해 2001년 4월부터 기업 외환리스크 관리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올 1월부터는 그 대상기업을 확대 실시하는 등 기업들의 외환리스크관리 정착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은행으로 하여금 거래기업의 외환리스크 관리상태(관리조직, 한도설정 등)를 평가해 이를 여신심사시 반영하도록 하고 금융감독원은 은행의 조치이행 상황을 점검해 경영실태평가(CAMELS)시 이를 반영하는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이 제도는 지난해 한 차례 개정작업을 거쳐 내용을 보완.개선해 올해부터 적용했다.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외환리스크 평가대상은 외부감사 대상기업으로서 은행별 총여신이 10억원 이상인 기업(과거 30억원 이상 기업)이다. 다만 외화자산 또는 부채가 미화 1백만달러 이하이거나 총자산 대비 외화자산 또는 부채가 10% 이하인 업체는 제외된다. 기업 외환리스크 평가결과는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어 은행이 거래기업에 대한 여신실행시 여신금리, 한도, 기간 등의 판단에 활용된다. 둘째 현재 기업 외환리스크 평가항목은 계량항목(관리실태)과 비계량항목(관리체계,한도설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은행들은 기업규모별(대기업, 중소기업)로 평가항목 및 배점기준을 차별화하여 적용하게 된다. 즉 대기업은 계량항목을 60%, 비계량항목을 40%를 반영하고 중소기업은 70%, 30%를 각각 반영한다. 또한 인력사정 등 중소기업의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여 비계량항목중 '한도설정' 항목은 그 적용이 배제된다. 셋째 평가항목을 당초 14개 항목에서 그 필요성, 중복성 여부 등을 재점검해 10개 항목으로 간소화했다. 또한 CPA, CFA 등 고급인력 확보가 여의치 않은 중소기업 현실을 감안해 소속 임직원이 기업 외환리스크관리 연수과정을 이수한 경우 전문인력을 확보한 것과 마찬가지로 평가시 우대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기업들이 단기간에 외환리스크관리 시스템구축이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해 외부의 외환컨설팅업체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관리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인정하게 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향후 기업의 외환리스크 관리가 정착되도록 관련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 개선하면서 다음과 같은 방안을 추진할 계획으로 있다. 우선 은행들의 기업 외환리스크 관리실태에 대한 점검 및 평가를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경영실태평가(CAMELS)와는 별도로 금년중에 은행에 대한 서면 및 임점검사 등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기업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외환리스크 관리세미나를 개최하고 이를 통해 모범사례(Best Practice)를 전파하는 등 홍보 및 교육활동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밖에 기업 외환리스크관리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업 실무자들이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쉽게 작성된 '기업 외환리스크 관리 실무지침서(가칭)'를 작성, 배포할 계획으로 있으며 관리제도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제고하기 위해 민간 외환컨설팅업체에 대한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연수기관 및 과정에 대한 기준도 수립할 계획으로 있다. 이상과 같이 금융감독원은 기업들의 외환리스크 관리시스템 구축을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제반 노력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시장경제의 주체인 민간부문의 마인드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최고경영층의 관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