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 기지개를 켜고 있는 미국과 유럽경제와는 반대다. 경기악화로 국가신용등급의 추가하락 경고가 잇따르고 엔화가치는 달러당 1백35엔선으로 떨어졌다. 3월 위기설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가신용등급 강등 경고=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31일 일본의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경제가 물가하락 속의 침체(deflationary recession)로 빠져들고 있어 구조개혁이 지연될 경우 국가신용등급을 또다시 강등하겠다는 것이다. S&P는 "경기악화로 기업도산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은행산업은 전보다 훨씬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S&P는 이미 작년에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두 번이나 낮췄다. 이에 따라 최고 수준인 'AAA'이던 신용등급은 'AA+'를 지나 'AA'에 머물러 있다. 이 등급은 이탈리아와 같은 수준으로 선진7개국(G7) 중 가장 낮다. S&P가 한 단계 더 낮추면 일본의 등급은 체코공화국이나 몰타와 같은 'AA-'가 된다. 이 경우 일본경제는 공식적으로 2류로 전락한다. S&P에 앞서 무디스와 피치도 최근 일본 경기침체와 개혁미비를 이유로 추가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했다. ◇가속되는 엔 약세=신용등급 강등 경고와 고이즈미 총리의 경제개혁이 주춤해질 것이라는 우려로 엔화가치는 31일 뉴욕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1백35.2엔까지 떨어졌다. 엔화가치가 1백35엔선으로 내려간 것은 98년10월5일(1백35.76엔) 이후 40개월 만에 처음이다. 뉴욕시장 종가는 소폭 회복된 1백34.67엔을 기록했다. 엔화가치는 이어 1일 도쿄시장에서 개장 초 1백34.97엔으로 하락,1백35엔선을 넘봤다. 그러자 시오카와 마사주로 재무상이 "엔저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엔저에 제동을 걸었다. 시오카와 재무상의 이 발언으로 엔화는 1백34.5엔선으로 소폭 회복됐다. ◇꺼지지 않는 3월 위기설=영국 파이낸셜타임스지는 최근 일본 금융시장이 기술적으로 파산상태라고 보도했다. 금융시장이 기술적인 파산상태에서 실질적인 파산상태로 악화될 것이라는 게 3월 위기설의 실체다. 위기설은 오는 4월부터 은행예금에 대한 정부의 보호가 예금전액이 아닌 일부로 축소된다는 사실에 기인하고 있다. 예금부분보장제로 신용협동조합 같은 소형 금융기관에 대한 예금이 급감,소형 금융기관들의 도산이 불가피하고 그 여파로 일반 기업들도 연쇄 파산,금융시장이 마비된다는 게 위기설의 내용이다. 위기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엔저가 지속되고 국가신용등급이 실제로 떨어질 경우 위기설은 설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