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증시가 상승 무드를 이어가고 있다. 24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5.09포인트 오른 757.71을 기록,지난 9일의 전고점(751.61,종가 기준)을 돌파했다. 기관이 23∼24일 이틀 동안에만 3천5백억원을 웃도는 대규모 순매수로 장을 이끌자 외국인도 모처럼 만에 1천억원대의 매수 우위로 화답하며 화끈한 ''쌍끌이 장세''를 연출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관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신규자금을 바탕으로 장을 주도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런 장세에서는 기관이 선호하는 종목을 따라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투신권 자금 유입 현황=최근 투신권의 매수 강도가 높아진 것은 프로그램 매매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신규 자금 유입으로 인한 실탄 보강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날 프로그램 매수 중에서도 선물 가격차이와 무관하게 현물 주식만을 사들이는 비차익거래 매수액이 차익거래 매수액보다 8백11억원이나 많았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투신권 자금 유입 중 눈에 띄는 대목은 은행 보험 연기금 금고 등 금융기관의 자금 투입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협중앙회의 경우 지난 23일 하루에만 투신권 전체로 2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은행 보험 연기금 등도 긍정적인 장세 전망을 바탕으로 주식 운용 비중을 늘려 최근 열흘새 투신권에 신규로 들어온 주식형펀드 수탁액은 3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대한투신운용 이기웅 주식운용본부장은 "지난 98∼99년 상승장에서 증시로 자금이 유입된 순서는 금융기관→일반기업→개인의 순이었다"며 "이를 감안하면 최근의 모양새는 본격적인 증시 자금 유입의 초기 단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턴 어라운드형 중저가주에 주목=올 들어 기관투자가는 매매패턴에서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수 관련 핵심 블루칩보다는 과거 소외됐던 중저가 대형주로 활발한 손바꿈을 하고 있다. 기관은 올 들어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 중 삼성전자를 제외한 SK텔레콤 국민은행 한국통신 한국전력 등을 모두 순매도했다. 대신 LG전자 현대중공업 LG화학 대한항공 INI스틸 삼성물산 동국제강 대우조선 코오롱 동양고속건설 대우건설 등을 순매수했다. 이들 종목은 △기업분할이나 계열분리에 따른 구조조정 △영업이익 증가 △채권단 출자전환에 따른 흑자전환 등 ''턴 어라운드(전환형)'' 기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구재상 미래에셋투신 대표는 "핵심 블루칩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사실상 한도가 차 씨가 마른 상황"이라며 "따라서 펀드매니저들도 높은 주가 상승률이 예상되는 전환형 기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또 "국내 금융기관이나 개인의 주식편입 비중이 아직도 극히 낮은 상태에서 향후 투신권 등으로 자금 유입 여력이 얼마든지 있다"며 "이럴 경우 올해는 외국인보다 국내 기관이 장을 주도할 수 있는 만큼 기관의 선취매 종목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