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를 끌어온 현대투신 매각협상이 AIG의 컨소시엄 탈퇴로 사실상 결렬됨에 따라 매각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난 17일 밤까지만해도 AIG컨소시엄의 실무자가 한국정부의 최종 절충안을 수용했으나 AIG 본사의 이견제시로 결렬로 반전된 것으로 알려져 긴박했던 막판 협상테이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몽구-몽헌 형제간 `왕자의 난'' 이후 발생한 현대그룹 유동성 위기에서 시작된현대투신 외자유치 과정에서 정부와 현대, AIG 컨소시엄은 서로 파트너를 바꿔가며끈질긴 밀고당기기를 계속해왔다. 지난 2000년 중반 부실화가 상당부분 진척된 현대투신을 둘러싸고 외자유치를통한 경영정상화 방안이 부상하면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협상단은 미국 보험사인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 컨소시엄과 양해각서(MOU)를 전격체결, AIG가 전면에 등장했다. 그러나 두차례에 걸친 MOU 체결에도 불구하고 현대-AIG협상이 난항을 거듭하자2000년말 정부가 직접 나서 협상테이블에 앉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초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조만간 협상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공언한 이후 상반기내 타결될듯 싶던 협상은 시장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지루한 밀고당기기 끝에 지난 8월말에서야 MOU가 체결됐다. 이 MOU 내용을 둘러싸고 헐값매각 시비가 일기도 했으며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협상결렬에 대한 법적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속력있는'' 양해각서가 아니었던 점 때문에 논란을 빚기도 했다. 결국 MOU효력시한인 지난연말을 넘긴 이후 AIG는 배타적 협상권을 잃고서도 계속 정부와 협상을 벌여왔으나 컨소시엄내 두 그룹인 윌버 로스 회장과 그린버그 AIG회장간의 내부 이견이 빚어지자 AIG는 결국 컨소시엄 탈퇴를 선언하고 말았다. 앞으로 미국 유수의 금융그룹 두곳이 인수의사를 밝힌데다 로스 회장도 AIG를 대체할 다른 투자자를 찾아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만큼 일단 협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뉴욕 월가에서도 가장 손꼽히던 협상꾼이던 AIG는 이번 컨소시엄 탈퇴로명성에 흠집을 잃고 당분간 국내 시장에서의 사업확장은 꿈꾸기 어렵게 됐다. 2년여를 끌어온 현대투신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언제 마무리가 될지 향방이 모호해졌다. 새 협상대상자가 선정된다해도 실사를 거쳐 본격협상을 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예상되는데다 꼭 성사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도 제일은행은 헐값매각 시비속에 어렵게 처리했으나 서울은행에 이어 현투증권 매각에 실패함으로써 협상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