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의 수출경쟁력 차원에서 원-엔 비율을 10대 1 수준으로 인위적으로 맞추려는 노력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엔 약세에도 원화 환율이 신축적으로 반응하면서 국내 경제에 대한 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엔화 약세로 촉발된 달러/원 환율의 신축적인 조정은 수용하는 한편 내부취약성의 제거를 위한 구조조정의 지속적 추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7일 ''엔화약세에 대한 평가 및 대응방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특정 수준의 달러/원 환율을 목표로 하는 것이 위험하듯 특정 수준의 엔/원 환율 ''10대 1''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조동철 KDI 거시경제팀장은 "특정수준의 엔/원 환율을 목표할 경우 엔화 약세는 달러/원의 과도한 상승을 초래해 물가 및 통화정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시장의 자율조정을 수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조 팀장은 또 "현재 우리 경제에 보다 근본적인 위험은 달러/엔의 부분적인 조정보다 일본경제 전반이 불안해질 가능성"이라고 지적하고 "일본 내부의 금융불안이 급격히 심화돼 달러/엔도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는 달러/엔 뿐 아니라 일본경제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주변국의 동요가 발생할 경우 국내경제에 대한 부정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국내의 위험요인을 우선적으로 제거해 두는 것이므로 미완의 주요 부실대기업의 처리와 수익성이 극도로 저조한 기업의 퇴출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최근 엔저 현상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은 적절했고 이에 대한 금융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최근 달러/엔 상승은 달러/원이 신축적으로 조정되는 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으며 달러기준으로 계약된 민간부문의 환차손 증가도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규모는 아닌 것으로 진단했다. 일례로 엔화 약세로 달러/원이 1,350원까지 상승해도 기업의 매출액 대비 환차손율은 0.31%로 추정, 이는 지난해 제조업체의 실제 환차손율인 0.9%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고 2001년 1∼9월중 환차손율과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제시했다. 다만 보고서는 민간부문은 대외부채가 대외채권 규모를 훨씬 넘고 헤징도 활성화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상당한 환차손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금융부문은 대외채권이 대외부채를 상회, 환율 상승시 오히려 상당한 환차익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고서는 일본 정부의 엔 약세 유도에도 불구,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서비스 포함) 비중이 10.8%에 불과, 이같은 정책의 부양효과가 크지 않으며 일본의 외환보유고가 지난해 10월 이후 비교적 빠르게 증가하면서 일본 정부가 구두개입 이상의 적극적인 엔화약세 정책을 시행하고 있을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엔 약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일단 달러당 135엔 내외에서 140엔을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