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이 뉴욕 증시 급락에 따른 외국인 매도세를 흡수하며 증시를 끌어올렸다. 단기 추세선인 20일선이 위치한 종합지수 700선이 지지력을 발휘했다. 시장관계자들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조정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승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관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가담하긴 했으나 프로그램이 많은 부분을 차지해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외국인 매도 공세가 강화되고 있어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기관이 매수에 가담하면서 700선 붕괴 위기를 넘겨 지지력을 확인한 점이 긍정적이지만 불안한 시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몇 차례 테스트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팀장은 "뉴욕증시 안정과 외국인 매도 강도 약화가 반등의 관건"이라며 "단기 투자자라면 지수가 움직일 때마다 경기민감주와 내수관련주를 적절한 비중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7일 종합주가지수는 사흘만에 오름세를 보이며 전날보다 2.55포인트, 0.36% 높은 713.50에 거래를 마쳤다. 프로그램 매수 덕을 보지 못한 코스닥지수는 72.29으로 0.62포인트, 0.85% 하락했다. 이날 증시는 인텔 악재가 전반적인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베이지북이 경기회복 지연을 경고함에 따라 뉴욕증시가 약세권에 머물렀다는 소식으로 내림세가 이어졌다. 최근 상승세를 이끌어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희석되면서 매물이 쏟아졌고 외국인이 2,000억원이 넘는 물량을 처분하며 수급악화를 주도, 한 때 7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그러나 전날 인텔 악재를 선반영한 데다 나스닥지수선물이 장 종료 후 나온 컴팩 등의 실적호조를 반영, 강세를 유지함에 따라 반발 매수세와 프로그램 매수가 꾸준히 형성됐다. 이후 진념 부총리의 MSCI지수 편입과 경기에 대한 낙관적인 견해, 그리고 하이닉스와 현대투신 외자유치가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관계자들이 발언이 전해지고 지수선물이 강세를 보이면서 종합지수는 방향을 틀었다. 이날 반등은 기관이 주도했다. 기관은 프로그램 매수를 중심으로 2,059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8거래일 연속 매도우위를 이으며 2,158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700선의 불안한 지지력에 의심을 표시하며 86억원 매수우위를 나타냈다. 업종별로는 운수창고, 비금속광물, 증권, 보험, 통신, 인터넷, 반도체 등이 올랐고 전기전자, 섬유의복, 종이목재, 철강금속, 소프트웨어, 제약 등이 내렸다. 삼성전자가 사흘째 내리며 30만원에 턱걸이했고 LG전자도 실적 우려가 더해지며 나흘째 하락했다. 기아차, 삼성증권, 한국전력, 삼성전자우 등이 내림세에 합류했다. 반면 신한지주가 S&P가 신한은행 신용등급전망을 상향조정했다는 소식으로 6% 급등했고 국민은행, 한국통신공사, 현대차, 조흥은행, 삼성전기 등이 프로그램 매수 덕을 봤다. 코스닥지수 관련주는 KTF, LG텔레콤, 하나로통신 등 대형통신주가 맥을 추지 못한 반면 기업은행, SBS, CJ39쇼핑, 국순당 등이 강세를 보였다.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등 항공주는 장 후반 매수세를 받아 강세를 이었고 신성이엔지, 케이씨텍, 디아이, 미래산업 등 반도체관련주와 외환, 대구, 전북 등 저가은행주도 초반 약세를 딛고 반등했다. 컴팩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면서 삼보컴퓨터, 현주컴퓨터, 현대멀티캡 등 PC관련주가 줄줄이 가격제한폭을 채웠다. 구조조정과 관련, 현대증권이 6% 이상 급등했고 하이닉스도 9%에 달하던 낙폭을 2.80%로 좁혔다. 프로그램 매수가 2,075억원 유입되며 강세를 지지했고 프로그램 매도 물량은 426억원에 그쳤다. 지수는 반등했지만 내린 종목이 555개로 오른 종목 247개보다 많아 프로그램 장세임을 입증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