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 대우증권 조사부장 > 난세는 영웅을 낳고 불황은 거상을 낳는다. 15년만의 최악이던 D램경기 불황을 겪고 난 지금 삼성전자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수요부진, 가격폭락, 공급과잉 등 경기순환주를 평가할때 쓰는 가장 나쁜 말들이 난무하는 동안 대박의 꿈은 꽃핀다. D램값은 급락세에서 폭등세로, 공급과잉은 공급부족으로 돌아섰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 폭등세는 이유있는 폭등이다. D램반도체 업계에는 30년만에 가격주도권이 PC공급업체에서 D램업체로 옮겨지는 혁명이 일어났다. D램값 폭등, 시장공급 부족 등을 이끌어낸 주역은 삼성전자와 미국의 한 회사다. 2000년 말부터 시작된 D램전쟁에서 치명상을 입은 중소업체들이 감산과 가격인상을 울부짖었지만 수요업체는 콧방귀만 뀌었다. 그 결과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매출액보다 더 큰 적자를 내 모두 판을 접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시장은 이제 선발 2사의 통제권안에 들어섰다. D램전쟁에서 전사자는 없었지만 회복불능에 처한 나머지 회사는 선발업체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부터 승자의 축제가 벌어진다. 삼성전자 주가는 2000년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은 1년 호황이었지만 이번엔 시장 구조조정으로 2~3년간의 장기호황이다. 20% 초반이던 점유율이 이번에는 30%대를 넘어선다. 순이익은 4.4분기나 내년 1.4분기 사상 최고치를 낼 것이다. 부채비율도 38%대의 초우량구조로 바뀐다. D램에서 새로 대박이 터질 분야는 3G핸디폰과 디지털TV다. 전 세계 D램업체중 이런 제품을 같이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밖에 없다. 수급은 걱정스런 부분이다. 외국인이 조금만 더 사면 유통물량이 씨가 말라 주가가 지나치게 폭등할까 우려된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지분이 60%인 외국인 투자기업이 됐다. 대박의 꿈이 어린 주식을, 한국의 대표기업을 그냥 내버려둘 것인가. 주가가 1백% 올랐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싸다. ''한국 반도체산업''의 수호천사라는 표현에 동감하지 않더라도 삼성전자는 매수해 보유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