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화 환율이 약 30개월 만에 9백80원대로 내려가 우리나라의 수출 가격경쟁력 저하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정부도 더이상 손놓고 보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 정책당국자들의 발언에 비춰볼 때 미국은 추가 엔 약세를 용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제 원화의 엔 동조현상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8일 국무회의에서 "환율 급등락시 적절한 수급대책을 펴겠다"고 보고했다. 필요시 외환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의미다. ◇ 엔저 막기 어렵다 =지난 3일 1천원선이 무너질 때만 해도 재경부와 한국은행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 뒤 엔화 환율이 달러당 1백30엔대에서 소강상태였고 7일 원화환율은 달러당 1천3백2원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8일 시장상황을 보면 이제 엔화와 원화는 ''마이 웨이(My Way)''로 갈 조짐이다. 일본 재무성 구로다 하루히코 재무관(차관)은 "엔화가 조정국면에 있고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해 다시 엔저의 불을 지폈다. 이날 엔화환율은 하루 2엔이나 급등, 한때 1백32.7엔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98년 10월 이후 3년여 만에 최고치. 엔화가 2엔 오르면 원화는 20원 올라야 원.엔 환율이 유지되는데 이날 원화 오름폭은 10원에도 못미쳤다. ◇ 시장개입 불가피할 듯 =외환당국은 아직까지는 예의주시하는 수준이다. 이날도 재경부는 "갑작스런 환율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구두개입에만 나섰다. 그러나 진 부총리는 한.중 엔저대책 공조와 함께 시장개입 의지가 있음을 강조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엔 약세로 자동차 철강 등 주력산업의 타격을 걱정했다. 외환당국의 원.엔환율 추가하락 저지를 위한 시장개입 가능성이 농후해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외국인 자금의 동향. 외국인 주식 순매수로 원.엔환율 1천원선이 2년여 만에 무너졌고 엔 동조현상도 깨진 상태다. 외환당국이 시장개입을 검토하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