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관련주가 연초 랠리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D램 가격의 추세확인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대표적인 D램 모멘텀을 받아 폭등세를 보이면서 이들 종목에 대한 투자의견과 적정주가도 잇달아 상향조정됐다. D램 가격이 두 달간 128메가SD램을 기준으로 두 배 이상 급등하면서 실적 개선과 반도체 경기 회복 기대감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D램 급등의 주원인이 재고감소, 업계구조조정, 가격 인상 등 공급측면에서 발생한 점을 감안할 때 추세적인 상승이 현실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PC수요 회복이 가시화되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 반도체 장세 = 반도체 랠 리가 연초 증시를 뜨겁게 달궜다. 그 중심에는 경기 회복 기대감과 더불어 D램 가격 상승, 하이닉스 등 구조조정 진척, 고정거래가격 인상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 중개 회사인 D램 익스체인지(DRAMeXchange.com)에 따르면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128메가(16×8)SD램 PC133은 지난 4일 전날보다 개당 2.79% 높은 2.75∼3.25달러(평균 2.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력 제품인 128메가(16×8)SD램 PC133은 지난해 11월 6일 이후 두 달 동안 평균가격 기준으로 무려 216% 급등, 제조원가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반도체 관련주가 동반 오름세를 나타냈다. 11월 초 20만원을 밑돌던 삼성전자 주가는 30만원을 가볍게 넘어섰고 하이닉스는 200% 가까이 상승했다. 반도체 장비, 재료주가 잇달라 상승 대열에 합류했고 종합지수는 반도체 랠리를 반기며 11월 초에 비해 200포인트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 D램 상승은 공급이 주도 = D램 가격 상승은 재고 감소, 공급물량 감소, 수요회복, 마이크론과 하이닉스의 전략적 제휴 등이 어우러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가 맞물리면서 수급 불균형이 다소 해소된 데다 경기 회복 기대에 따른 선취매성 매수세가 몰리면서 급등세가 이어졌다. 수요 측면에서는 업그레이드에 따라 PC메모리 용량 증가와 지난해 4분기 PC수요의 계절적 증가에 따른 것이다. D램 급등의 주원인은 그러나 수요에 비해 공급 충격이 강하게 작용했다. 선도업체에 의한 가격 상승 시도에 후발업체의 협조가 더해졌고 구조조정 등에 따라 D램을 포기하는 업체가 늘어난 것. 서울증권 안성호 연구원은 "수요측면에서는 업그레이드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비수기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나 D램 업체 구조조정과 경기회복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공급부족 우려가 증가, 선취매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KGI증권 이동환 연구원은 "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협상 진전, 주요 D램 메이커의 재고물량 출회 자제, DDR 등 고부가제품의 생산 확대 등에 따라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 PC수요 회복없는 상승은 제한될 듯 = D램 가격이 본격적인 상승 추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D램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PC시장 수요가 증가해야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지난해 PC시장이 6%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조사회사인 IDC는 지난 12월 올해 세계 PC시장 성장률을 2.1%로 잡았다. 데이터퀘스트는 이보다 긍정적으로 전망했으나 3.1% 성장으로 추정하는데 그쳤다.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종목 주가와 D램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도 수요증가가 늦춰지면서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것. 대신경제연구소 진영훈 연구원은 "D램 가격 상승으로 인해 현재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D램 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현금비용 이상의 D램 가격 유지로 업체들의 저가 물량 방출이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수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PC 시장의 경우 어디에서도 특별한 수요 증가의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D램 가격 상승은 지속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PC 수요에서 큰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 D램 가격은 1분기 말에서 2분기 초에 재차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서울증권 안 연구원은 "서울증권의 수요모텔에 IDC의 PC시장 전망치를 적용할 경우 연평균 7% 이상의 공급과잉이 발생한다"며 "올해 PC시장은 5% 내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최근 D램과 주가는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