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과 철강업종은 대표적인 기초 소재산업으로 경기의 부침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지난 2000년 하반기 이후 하강 국면에 돌입한 세계 경기가 작년엔 침체의 골을 더 깊게 파면서 관련 기업의 실적도 동반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부진과 과잉공급시설은 두 업종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공통 요인이었다. 지난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석유화학 제품의 수익성은 지난 90년대 이후 최악이었다. 최근 2년새 중동지역에서 대규모 신증설이 완료된 데다 수요를 찾지 못한 미국 등 선진국 잉여물량이 아시아지역으로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올해 석유화학 업종은 이런 악재들이 점차 해소됨으로써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올해는 신.증설 규모가 크게 줄면서 수급구조가 개선되고 미국 등 선진국 경기도 회복국면에 진입,잉여물량의 부담도 한층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세계 최대의 석유화학 제품 수입국인 중국이 WTO(국제무역기구)에 가입함으로써 중국경제가 견조한 성장만 지속한다면 유화제품의 "차이나 특수"도 기대해 볼만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재고 수준은 2분기 정도의 시간이 경과해야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유화제품의 재고증가는 작년 3.4분기까지 지속됐는데 재고 해소기간의 과거 추이와 보통 2.4분기 이후 유화제품이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석유화학 업체의 수익성 개선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실 작년에도 경기회복 기대감에 편승,화학업종지수는 종합주가지수보다 26%포인트나 초과 상승했다. 작년의 상승이 부담스러운 요인이지만 전문가들은 보통 화학업체의 주가가 유화경기에 2분기 정도 선행한다는 데서 현 시점에서의 비중확대를 권하고 있다. 철강업체들도 작년에 내수부진을 수출 증대로 극복하려했지만 영업실적은 대체로 저조했다. 하지만 철강업황 역시 경기회복에 바탕한 수요증가와 전세계 철강업체들의 감산공조 효과로 하반기 이후 회복이 유력시된다. 단,미국 행정부의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통상압력이 변수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북미지역의 경우 26개 철강업체가 파산보호신청을 낸 상태고 US스틸 등 미국과 일본의 대형 철강업체들도 영업이익 감소나 적자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상대적으로 보호주의 성향이 강한 부시 행정부를 압박할 경우 국내 업체의 철강제품 수출은 예상외의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한계원가 수준에 도달할 만큼 극심히 떨어진 철강제품 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위험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한투자신탁증권 조정민 연구원은 "과거 세계 조강생산과 국제 철강가격과의 관계는 조강생산이 감소세로 전환한 뒤 1년 후행해서 철강가격이 회복을 보였다"며 "최근 바닥권에서 횡보세를 보이고 있는 철강가격은 올 하반기 이후 점진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최고의 원가경쟁력을 보유한 포항제철의 경우 환율의 움직임 또한 수익성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사상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는 동이나 아연 등 비철금속 가격도 경기회복에 따라 상승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비금속 관련 업체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