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하반기 이후 공급과잉 및 수요부진->과잉재고->D램가격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어 오던 반도체주가 최근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D램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D램 가격이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의 구조조정은 도시바 등 일본 업체의 D램사업 포기에 이어 하이닉스반도체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전략적 제휴로 큰 줄기가 잡히고 있다. 하이닉스는 마이크론에 D램 사업을 매각하고 대신 마이크론의 주식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반도체 업계는 미국의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대만의 중소업체를 인수.제휴할 것으로 예측되는 유럽의 인피니언, NEC와 히타치 합작법인인 일본의 엘피다가 4각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생산업체들이 과점화돼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저가경쟁이 사라질뿐 아니라 생산업체들의 가격교섭력이 높아지면서 D램 공급가격이 상향 안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같은 공급측면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D램 가격은 최근 가파른 회복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2000년 7월 개당 18달러대였던 1백28메가SD램은 지난해 11월초에 90센트대까지 폭락했으나 이후 반등하면서 지난 3일에는 3달러선(아시아 현물시장 기준)을 넘어섰다. 특히 1.4분기는 계절적인 비수기임에도 불구, D램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이 매우 긍정적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은 지난해 12월 장기공급가격을 두차례 인상한데 이어 지난 3일 한차례 더 가격을 높였다. D램 가격은 2.4분기에도 경기회복에 따른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로 하방경직성이 지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공급측면보다는 수요측면에서 소비가 늘어나야 D램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D램 가격의 상승은 수요회복이 가시화되는 3.4분기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올해 중반을 기점으로 세계경기가 점차 회복되면서 반도체 수요를 좌우하는 PC시장도 3.4분기부터는 기지개를 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PC시장은 지난해보다 5.5% 성장한 1억2천만대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윈도우XP가 본격 채용되면서 PC 1대당 들어가는 메모리도 지난해 1백28MB에서 올해는 2백56MB로 급증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성수기인 4.4분기가 되면 PC수요가 본격적으로 증가하면서 D램의 수급 상황은 매우 호전될 전망이다. 주가가 업황을 선반영한다는 점에서 최근의 반도체주의 주가 상승은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구조조정의 가장 큰 수혜자로 실적이 대폭 호전될 것이 기대되지만 이는 어느정도 주가에 선반영돼 추격매수보다는 조정시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는 마이크론과의 협상성사 여부가 주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아직 D램사업 매각을 둘러싼 자산가치 산정문제와 D램 가격 회복에 따른 협상의 장기화 가능성, 그리고 비메모리사업의 경쟁력 등을 고려할 경우 투자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