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대우증권 조사부장(40). 그는 지난 15년간 반도체 산업 분석에 매달려온 한국의 대표적인 애널리스트다. 그래서 전 부장에게는 '반도체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지난 99년에는 아시아머니지가 뽑은 국가별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될 정도로 정확성과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의 무역수지가 반도체 풍향에 따라 움직이는 상황에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실리는 무게는 엄청나다. 전 부장은 작년 4월 반도체 가격 저점논쟁이 한창일 때 "D램 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고 그것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그는 작년 10월께부터는 "D램 가격이 저점을 벗어나고 있다"고 줄곳 말해 왔다. 이후 D램 값은 어김없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전 부장은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 이번 호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하고 있다. -D램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D램은 이미 공급 부족 국면에 들어섰다. 작년에 D램 메이커들이 생산량을 줄인게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다. 가격은 저점을 탈출했다" -가격이 조금 오른다고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나. "가격 상승은 공급물량이 줄어든 게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윈도XP로 PC환경이 바뀌면서 이 분야의 D램 수요가 두배로 커진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세계적인 D램 유통업체들이 재고물량을 늘려 가고 있다. 이는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시그널이며 결국 호경기로 접어든다는 뜻이다" -구조적인 상승세가 아닌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수도 있지 않은가. "기조적으로 상승세는 지속된다. 작년 불경기의 주요인은 D램의 유일한 수요처인 PC시장이 침체됐다는데 있었다. 하지만 PC의 환경이 바뀌는데다 핸드폰이 컬러화되고 디지털방송이 본격화하는 등 대체 수요시장까지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디지털 혁명이 가시화되는 시점이어서 D램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다른 업종의 경기가 변수로 작용하지 않겠나. "그런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세계 반도체시장이 과점체제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이 세계시장의 70~80%를 점유하게 됐다. 이는 공급사이드에서 충분히 시장을 주무를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경쟁업체가 아니라 절대적인 가격 결정권을 가진 협력관계로 변화될 것이다. 이는 호황 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도체 산업의 경기 사이클이 없어진다는 뜻인가. "그럴 개연성도 부인할 수 없다. 작년과 재작년에 나타난 불경기는 지난 85년 미국 인텔이 D램 사업에서 철수할 때보다 더 극심한 불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하이닉스 등 많은 업체들이 탈락했다. 생존한 업체는 몇개 안된다. 공급자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면 경기 사이클의 위력은 과거보다 훨씬 약해질 것이다. 이미 이같은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불경기 때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적정 주가는 얼마로 보나. "과점체제라는 변수가 어느 정도 반영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올 1분기부터 이익이 나는 것을 감안해 주당 적정가격을 40만원대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두배 이상 갈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65%를 넘어선 상황이다. 반도체 경기가 저점을 통과한 마당에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팔 이유는 없다고 본다. 자사주와 우리사주로 상당량이 묶여 있어 유통물량이 거의 없다. 과거 SK텔레콤의 주가가 유통물량이 없다는 것에 힘입어 70만원대에서 4백만원대로 뛰어올랐던 사례가 삼성전자에서 다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반도체장비 주가가 메이커의 주가와 함께 오르는 것은 시장의 과민반응 아닌가. "수익률을 고려한다면 장비 주식을 살 타이밍이라고 본다. 삼성전자가 이익을 내기 시작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투자를 본격화할 것이다. 주가가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보다는 오히려 장비 주식이 더 매력적이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