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바이코리아는 지속,그러나 매수 강도는 다소 약화" 한국 증시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올해 전망이다. 지난해 7조원 이상을 순매수,종합주가지수를 37%나 끌어올렸던 외국인은 올해도 공격적인 매수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예상이 대부분이다. 전세계 시중자금이 어느 때보다 풍부한 상황에서 한국이 이머징마켓(개발도상국 시장)중 몇 안되는 경제성장률 "플러스" 국가라는 점이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지난해와 같은 폭발적인 매수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등 외국인이 선호하는 핵심 블루칩(우량주)의 경우 이미 살 만큼 사들였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렇지만 외국인의 국내 증시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요 지주 관련 대형주의 유통물량이 얼마 남지않아 외국인이 조금만 입질을 해도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탄탄한 한국 경제=미국이 경기 회복을 위해 지난해에만 금리를 11차례나 낮춘 결과 전세계적으로 유동 자금이 넘쳐나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고수익이 예상되는 곳을 찾아 떠돌아 다니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석중 교보증권 상무는 "특히 지난해 9월 미국 테러사건 이후 주요 선진국들이 팽창정책을 근간으로 한 공조에 나서면서 전세계 잉여유동성(경제성장 규모를 초과하는 통화량)이 70년대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할 경우 한국은 전세계 '이머징 마켓(개발도상국 시장)' 중 거의 유일하게 '플러스'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전세계 동반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지난 3·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예상보다 훨씬 높은 1.8% 성장한 데 이어 "올해는 4%선의 GDP 성장이 이뤄질 것"(KDI 전망)이라는 관측이다. ◇주가 할인 요인이 사라지고 있다=국내 기업의 가장 큰 약점은 불투명한 경영과 불합리한 지배구조였다. 수익이 높다고 해도 불안해서 투자하지 못하겠다는 게 외국인의 시각이었다. 기업내용보다 덩치를 키우는 데 주력하다 보니 투자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근모 굿모닝증권 전무는 "최근 들어 이같은 문제점이 빠르게 해소되고 있는 것이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당기는 첫번째 요인"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수익 중시 경영으로 기업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투자수익률을 보여주는 ROE(자기자본이익률)는 국내 상장기업의 경우 지난해 10%대로 올라선 데 이어 올해는 11%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지난 91년 이후 11년간 평균 ROE가 5.5%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매수 강도는 줄어들고 영향력은 더 커질 듯=외국인은 지난해 7조4천억원어치를 사들이며 국내 주요 블루칩을 거의 독식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59.7%,포항제철은 61.8%를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지수와 관련된 주요 우량주에 대해서도 5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정을 들어 외국인이 더이상 살만한 유통 주식이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태욱 현대증권 이사는 "전체적인 매수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경기 회복이 가시화될 경우 핵심 우량주에 이어 '2등주(옐로칩)'로 매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주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점과 올해 본격적인 경기 회복 국면에 들어가는 점을 감안,업종 대표주와 경기 민감주를 사서 보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