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달러/원 환율은 상반기 중 고점을 확인한 뒤 점차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130엔대를 넘어 상승을 거듭하고 있는 달러/엔 환율의 동향과 이에 따른 엔/원 환율의 하락,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감의 실현 여부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한경닷컴 취재팀이 외환딜러와 이코노미스트 24명을 대상으로 2002년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연중 저점은 1,250원을 전후, 연중 고점은 1,350원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란 견해가 우세했다. 연평균은 올해보다 소폭 낮아진 1,270∼1,280원이 가장 유력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최근 달러/엔의 환율의 급등세가 만만치 않고 대선정국 등의 정치가 시장 불안을 자극할 가능성을 감안, 올해의 연중 고점인 1,365.30원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 내년 엔화 약세, 경기 동향이 변수 = 전반적으로 지난 12월 중순부터 '뇌관'으로 자리매김한 달러/엔 환율은 급등세가 가시화되긴 했으나 영향력은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엔화 영역에서 벗어난 외환시장의 주요 변수로서 자리바꿈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하반기 동향이 뚜렷하게 차별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 외국인 직간접투자자금 유입 지속 등은 수급상 공급우위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달러/엔 영향력의 강도와 지속이 예측불허이기 때문에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엔화 약세 지속이 중국 위안화 가치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경우 문제가 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원화의 '나홀로 강세'는 무산될 수 밖에 없다. 주변국간의 상대적인 펀더멘털을 반영해야 하는 통화는 대외적인 변화를 자연스럽게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내년 대통령 선거 등 국내 정치상황에 따른 환율의 변동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 다양한 변수간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어떤 것을 취하고 버려야 할 것인지 판단은 쉽지 않다. 다만 환율은 한 나라의 경제력을 대변할 수 있는 지표임을 감안, 추세적으로 접근하면서 함수풀이에 나서는 것이 좋을 듯 하다. ◆ 연초 변동성 확대, 상반기 중 고점 확인 예상 = 어떻게든 2002년 외환시장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변동성이 클 가능성을 두루 안고 있다. 특히 연초의 경우 전통적으로 변동폭이 큰 시기다. 연말 거래참여가 뜸했던 참가자들은 연초를 맞아 공격적인 거래에 나서고 국제 금융시장의 자금이 주요 공략대상을 정하고 활발하게 이동을 하기 때문이다. 시장관계자들은 달러/엔 환율은 내년 1/4분기∼상반기 정도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이나 경기 회복 또한 가시화되는 시점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은 엔화 약세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달러/엔 환율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상승하느냐이다. 달러/엔은 135엔이 1차 타겟으로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고점 확인을 위한 상승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경제의 악화를 기반으로 일본 정부의 약세 유도에 가까운 액션은 이를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140엔에 대한 전망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주변국과의 '환율전쟁'에 따른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고 엔화 약세가 실질적으로 일본 경제의 회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한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달러 환율이 한 방향으로만 치달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일본 엔화 약세 전개에 따른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는 것도 상승을 제한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 엔/원 환율도 100엔당 1,000원의 붕괴와 유지를 놓고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나 수출 경쟁력에 있어 단기간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좋은 우리 경제를 감안하면 상승폭은 둔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원-엔 비율은 '10대1' 밑으로 내려설 가능성이 크다. 달러/엔이 135∼140엔 사이에서 고점을 찾는다면 달러/원도 오름폭을 그대로 재연하지 않는다해도 25원 전후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달러/원은 연초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 속에 이 기간동안 연중 고점이 1,350∼1,360원에서 형성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체로 1/4분기중 1,300원대가 유력한 가운데 시간의 흐름과 함께 1,200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일부에서는 1,400원을 향해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거두지 않고 있다. 중국 위안화가 절하될 위험까지 감안한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엔 약세 추세가 유지되면서 위안화 절하될 가능성도 포함하면 현재의 상승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경기회복 과정에서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증가할 것이어서 내년 환율의 기본틀은 1,290∼1,400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 하반기는 하락 추세로 전환할 듯 = 달러/엔이 고점을 확인하고 조정을 받게 되는쳅『壙?달러/원은 다른 모멘텀을 찾아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주목받는 것이 '경기회복' 시점이다. 대체로 2/4분기부터 경기회복 시점에 대한 논의가 부각되면서 환율은 점진적으로 밑을 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기 회복이 상반기말부터 가시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경기도 하반기에 경기회복을 꾀할 것이라는 게 원화 강세 전환의 배경을 이룬다. 수출 회복도 급격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단계를 밟아 이뤄지는 등 하반기는 주로 국내 요인에 의한 변동이 예상된다. 수급이나 경제상황면에서 하반기에는 원화강세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에 대한 기대 등 신흥시장에서의 한국 경제에 대한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는 점은 외국인의 자금유입이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리게 한다. 주식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함에 따라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유입이 유출보다 우세할 전망이다. 무역수지나 경상수지의 흑자도 규모는 줄어드나 기조는 계속된다는 점 등도 수급상 공급우위를 계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도 서비스수지의 흑자를 유도하고 구조조정 현안의 해결에 따른 외국인 직접투자(FDI) 자금도 유입이 예상된다. 국내 경기회복과 맞물려 물가상승 기대가 높아질 경우 정부나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의 여지도 남아 있다. 엔/원 환율의 적정선 유지와 관련해 환율정책상의 고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중 경기회복의 실현과 함께 원화 강세기조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면서 내년 연말경 1,200원까지 내려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등의 정치적 상황이 원화 강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여지도 상존한다. 특히 경기회복 기대감이 충족되지 못할 경우 심리적인 위축이 불가피, 환율 반등폭이 커질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21세기 두 번째 해를 맞는 내년 역시 국제 및 국내 외환시장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변동성의 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장참여자나 경제주체들은 정부의 환율 등 금융시장 리스크 관련 정책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와 대응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