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를 탔던 올 증시는 주식투자자와 증권맨의 일상을 크게 바꿔놓았다. 급등락을 반복했던 주가가 증권가의 풍속도도 새롭게 그려낸 것. 연초 504선으로 출발한 종합주가지수는 가속도가 붙다가도 630선에서 회차를 되풀이 했다. "9.11"테러사태여파로 4백60선으로 궤도를 이탈했던 열차는 3개월뒤 7백15고지에 이정표를 아로새겼다. 올 증시는 배당락 이후 폐장일을 하루 앞둔 27일 불꽃을 피워 올리며 새해 장에 대한 희망을 머금은 채 저물어가고 있다. 올 증시 풍속도에 큼직하게 자리매김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메신저 주가'.메신저 주가는 재료에 목말라 하는 시장을 웃기고 울렸다. 몇차례 '랠리'에서 소외됐던 개인투자자는 현물시장을 뒤로 한 채 옵션시장에서 손실을 만회할 금맥을 찾아 나섰다. 번번이 빗나가는 시장 전망으로 애널리스트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해를 보냈다. ◇'미쓰 리'를 아시나요=올 한해 증권맨들에게 각종 정보를 실어 날랐던 인터넷 메신저 '미쓰 리'의 위력은 대단했다. 메신저를 타고 전달되는 정보는 재료에 목말라 하던 약세장에 '단비' 역할을 했다. 부작용도 만만찮았다. 채권시장에선 야후코리아 메신저가 '특급' 비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메신저를 통한 채권거래가 빈번해지면서 채권브로커의 영역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메신저는 채권거래 참가자만이 아는 약어를 생산해냈다. 당일 발행된 통안채 1백억원을 5.35%에 팔자주문은 '통당 35팔자 100'식이다. ◇옵션 광풍='잃으면 1백만원,벌면 무한대'.경마 얘기가 아니다. '9·11테러' 사태 이후 여의도에는 옵션 열풍이 몰아쳤다. 테러 사태 이후 단 이틀 만에 50만원이 2억5천만원으로 5백배가 넘는 대박이 터졌다. 이후 거래량 및 대금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8월 말 옵션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콜·풋옵션 합계)은 2백52만계약이었으나 9월에는 5백18만계약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2천억원대에 머물던 거래대금은 3천4백억원대로 급팽창했다. '대박'이 '쪽박'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지만 역설적으로 옵션시장의 대중화는 앞당겼다. 최근 객장에서 새로 계좌를 개설하는 10명 중 8명 이상은 옵션거래가 목적이라는 게 증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수난시대=상반기에 그런 대로 체면을 유지했던 애널리스트들은 테러 이후 말문을 닫았다. 460선을 찍고 돌아선 지수가 520,560,600,630선 등 소리 소문 없이 상승세를 이었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조정'을 경고하기 일쑤였다. 그렇지만 지수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715선까지 내달렸다.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이후 '청개구리 전법'이 유행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전망과 반대로 매매에 나서면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퍼졌다. ◇보물선,결국 폐선=지난해 말 갑자기 돌출해 이목을 끌었던 '보물선주'의 말로(末路)는 비참했다. 한방을 노리고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던 투자자도 쪽박을 차기는 마찬가지.동아건설은 결국 상장폐지돼 주가가 휴지조각이 된 상태다. 삼애인더스는 이용호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됐고 주가는 폭락했다. 또다른 보물선의 주인공은 대아건설. 보물선 '고승호'를 발견했다는 이 회사의 주가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결국 강한 반등장을 고대하는 간절한 희망을 담았던 보물선은 텅빈 폐선으로 실망만을 안겨줬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