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하이닉스에 물어보라."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전략적 제휴 성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됐다. 증시는 엔화 약세와 함께 D램 업체간의 합종연횡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라는 해외 악재를 안고 올해를 마무리할 공산이 커졌다. 이에 따라 외부에서 날아드는 호악재에 주목하며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동시에 비교적 '외풍'에 둔감한 업종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지수관련주보다 개별종목, 경기민감주보다는 내수관련주 위주로 접근하면서 수익률 극대화에 앞서 리스크 관리에 주력, 내년을 대비한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설 시기라는 지적이 많다. ◆ 하이닉스 불확실성 = 18일 증시는 반도체에 울고 반도체에 웃었다. 이날 반도체주는 반등을 이끌며 주도주로 나섰지만 연속성을 잇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전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대형 PC업체에 대한 D램 장기공급가격을 인상하면서 반도체 경기 회복 기대감이 확산된 데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강세를 보이면서 매수세가 집결했다. 화요일 뉴욕에서 예정된 인텔의 콘퍼런스 콜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분기실적 발표에 대한 기대감과 대만와 일본에서 강진이 발생했다는 소식도 강세를 거들었다. 이러한 강세는 그러나 하이닉스 루머에 맥을 추지 못했다. 하이닉스의 전략적 제휴 파트너인 마이크론이 일본 도시바의 D램 부문 인수에 나섬에 따라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면서 매물이 쏟아졌다. 이날 오후 마이크론은 도시바의 미국 버지니아 메모리칩 공장을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도시바의 버지니아 공장은 작은 규모이고 플래시메모리 등 D램 이외의 공장설비 등은 일본으로 이전할 계획이어서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협상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마이크론과 도시바의 관계가 버지니아 공장 인수를 첫 단추로 더 큰 틀의 제휴로 나갈 가능성은 열려 있다. 도시바는 독일 반도체업체 인피니온과의 D램사업 제휴 협상이 결렬되자 마이크론 측에 손길을 내미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이크론은 버지니아 공장 인수 발표와 함께 하이닉스반도체 공장 및 기계설비에 대한 실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박종섭 사장을 비롯한 하이닉스 협상팀은 제휴를 위해 이날 오후 미국으로 출국했다. 하이닉스가 도시바, 마이크론, 인피니온 등 D램업체간에 급박하게 전개되는 합종연횡 속에서 세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외부변수, 내부에서 활로 찾기 = 이같은 하이닉스 불확실성 증대와 더불어 최근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엔저현상이 지속되며 반등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날 달러/엔 환율은 128대를 다시 돌파, 3년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시오카와 마사주로 재무상은 18일 연말을 맞아 일본은행이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것임을 확실히 보여주는 게 낫다고 발언, 달러 매수세를 부추겼다. 엔화 약세는 증시의 주변 요인이기는 하지만 수출경쟁력 약화로 관련 종목 움직임을 제한할뿐더러 외국인의 투자 의욕 감소와 차익실현 욕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부정적이다. 이같은 통제 불가능한 변수를 앞에 두고 이익극대화를 위한 전략보다는 차분한 마음으로 연말을 기다리며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시점으로 파악된다. 최근 지수관련주가 생각보다 가볍게 움직이면서 변동성 확대에 앞장섰음에도 내수관련주의 경우 상당수가 지수와 무관하게 탄탄한 시세를 유지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실한 신호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내수경기의 경우 이미 바닥을 쳤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게 강점이다. 확실치 않은 경기 회복 기대감에 기댄 매수세보다는 바닥을 치고 오르는 내수관련주가 안정적인 수익률 확보에 유리하다는 얘기다. 동원증권 이채원 주식선물운용팀장은 "경기 회복 기대감이 팽배해 있으나 확실치 않은 가운데 엔화 약세로 수출 환경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내수관련주 위주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제2의 태평양을 꿈꾸는 농심, 롯데그룹주, 한섬, 유한양행, 한일시멘트, 대한재보험 등 시장지배력과 실적을 겸비한 종목과 은행, 건설주에 관심을 갖고 경기민감주에 대한 매수 시기는 좀 늦춰도 무방하다"고 덧붙였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반도체주 이외에는 상승 지지력을 갖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반등을 포트폴리오 재편의 시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수관련 대형주의 경우 일부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우량 중소형주나 증권주로 접근하라는 설명이다. SK증권 전우종 기업분석팀장은 "반도체주에 대한 내년 전망은 기본적으로 밝아 조정시 매수관점이 유효하다"면서도 "현재는 영하 30도에서 영하 10도 정도로 올라온 수준에 불과한 데 반해 주가는 이미 큰 폭 오른 만큼 개별종목을 위주로틈새시장에 대비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