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 전선이 `엔화 약세'의 복병을 만나 흔들리고 있다. 18일 한국무역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의 엔화약세는 자동차, 가전, 철강, 조선을 중심으로 수출에 큰 위협요인이 되고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9월 20일 달러당 116.61엔에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최근127엔대까지 올라가면서 엔화가치가 9.4%가량 평가절하된 상황이다. 반면 원.달러는 지난 10월 5일 달러당 1천313.9원에서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2.9%가량 평가절상된 1천274원대까지 떨어져 원.엔환율이 이달 15일 100엔당 1천6.13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수출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잠식하고 있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조사역은 "전세계 시장에서 우리의 가장 큰 경쟁국은 아직까지 일본"이라며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는 수출기업들이 불안해하지 않을 수 없는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주요 경합 업종의 반응이다. ◇자동차 = 현대자동차의 경우 최근 파업 여파에다가 엔화약세현상까지 겹치면서 당초 목표로 했던 `올해 연간 수출 100만대 달성'이 물건너 간 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엔화약세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현대차 전체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북미시장에서 일본 제품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엔저현상이 지속된다면 내년도 영업전략 수립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며 "딜러들간 네트워크 및 마케팅 부문을 보다 강화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높이는 전략으로 판매가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 = 일본과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는 LCD(액정화면표시장치)와 디지털미디어를 포함한 가전제품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LCD의 경우 일본과의 가격경쟁이 치열한 만큼 엔화약세가 계속될 경우 수출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원가절감 등에 지속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LG전자도 아직까지는 엔화약세의 영향이 수출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고있으나 장기화되면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분석하고 엔화약세의 장기화에 대비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다만 우리나 일본이나 해외생산이 많은 만큼 엔화약세의 영향이생각보다는 크지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본제 부품이나 장비 수입과관련해서는 원가절감에 도움을 주는 측면도 기대하고있다. ◇철강 =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일본 철강업계가 내수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내수감소 물량을 수출로 돌릴 경우 20년래 최저치라는 철강가격 회복이 더 늦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냉연 및 열연강판, 아연도강판 등 판재류와 강관부문에서 일본과경합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환율 및 수출시장의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다만 일본 철강업계가 수익성 악화로 감산과 합병 등 구조조정을 진행중이어서단기간에 출혈수출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는 점에 안도하고 있으며 엔화 차입금이 많은 현대하이스코, 동국제강, 동부제강, 포항제철 등은 엔화약세가 경영상에는 득이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조선 = 세계 조선시장에서 일본과 수위를 다투는 국내 조선업체들은 엔화가치하락으로 일본 선박들의 가격경쟁력이 보다 높아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통상 국내 선박의 가격경쟁력이 일본보다 10% 이상 앞선 것으로 평가돼 왔으나 엔화약세현상이 지속된다면 우위를 상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업체들의 기술경쟁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엔화약세 현상이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당장의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화 = 중국 시장 등에서 일본 제품과 경합하는 합성수지 분야와 일본 업체들이 우위를 점한 고부가가치 제품에서 우리 업체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합성수지 제품의 경우, 일본과 우리 제품간의 가격차이가 크기 때문에아직은 큰 위협이 되지 않는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박훈 석유화학협회 상무는 "현 환율 수준에서는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엔화가 10-20% 정도 더 떨어진다면 엔화약세의 위협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의 일본 유화제품 수입액이 연간 17억 달러 내외에 이르고 이 부문에서의 대일 무역 역조가 연간 10억달러 이상인 점에 비추어 엔화약세가 지속되면 일본제품의 가격이 싸져 유화부문의 대일역조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연합뉴스) 업계팀 =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