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환율 상승이 시장의 긴급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달러/엔 환율은 128엔대로 3년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달러/원도 이에 연동하며 1,290원대를 돌파했다. 환율 상승은 특히 지난주 12월물 선물옵션 만기일을 지나면서 주가가 조정을 보이는 시기와 맞물려 외국인 매도 등 수급 악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17일 종합주가지수는 사흘 연속 하락, 650선 밑으로 내렸다. 특히 종합지수가 지난주 이래 5일선이 무너지며 하향커브를 그리고 지난 10월 상순 이래 처음으로 20일 이동평균선이 붕괴된 가운데 거래량도 감소하고 있어 조정 기간이 길어질 소지가 있다. 그러나 개인들이 고객예탁금 증가를 바탕으로 저가 매수세를 꾸준히 유입시키고 있어 연말 배당투자를 중심으로 한 개별종목 장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 주가 3일째 하락, 10월 이래 20일선 첫 붕괴 =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금요일보다 16.92포인트, 2.54% 떨어진 648.28로 마감, 지난 13일 이래 사흘째 하락했다. 코스피선물 3월물은 전날보다 1.40포인트, 1.73% 하락한 79.60으로 마감, 주요 지지선으로 인식되던 80선이 붕괴됐다. 시장베이시스는 마이너스 0.96으로 백워데이션을 해소하지 못했다. 지난주 미국 경제지표가 다소 나아진 가운데 미국 주가가 상승폭을 확대하지 못한 가운데 출발한 종합지수는 엔저를 만나면서 장초반부터 하락, 장중 645.87까지 떨어졌다. 업종별로는 음식료, 섬유의복업종만 상승하고 나머지는 하락했다. 특히 증권이 7% 이상 급락해 가장 낙폭이 컸으며 환율상승에 수출관련 대형주와 외화부채가 많은 항공운송 관련주 등이 약세를 보였다. 상승종목이 222개로 하락종목 573개에 훨씬 뒤졌다. 종목별로는 SK텔레콤, 한국전력이 4% 이상 급락했고, 현대차와 기차이가 3% 이상, 포항제철, 국민은행, 신한지주 등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가 1%대로 낙폭을 줄여 25만500원을 유지했고 하이닉스는 2,445원으로 3.6% 오르며 상승했다. 한국통신은 자사주 매입 방식으로 민영화계획을 전환한다는 소식에 5만1,000원으로 2% 가량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대형 PC업체에 대한 장기 D램 공급가격을 10∼20% 가량 인상했다는 소식에 장중 반등을 시도했으나 외국인에 차익실현 기회로 작용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의 장기 공급가격 인상이 긍정적이긴 하지만 반도체 가격이 추세전환을 이뤘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 여전하다. ◆ 엔화 약세 장세, 외인·기관 보수화 가능성 = 시장에서는 선물지수가 지난주 12월물 선물옵션 만기일 이후 20일선이 붕괴된 이래 현물 종합지수도 10월 이후 두달만에 붕괴됨으로써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현물시장의 외국인 매매 동향이 더욱 중요한 시점에서 연말까지 급등을 만들어 낼 만한 요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다음주 크리스마스 이래 연말 연말 연휴를 앞둔 상황에서 환율불안까지 더해져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는 커지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엔화약세와 연말 외국인 매수가 감소되는 와중에 미국 주가가 17일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20일선을 빠르게 회복하기보다는 조정 내지 박스권 장세가 길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연말까지는 외국인 매수세에 기대 상승을 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엔화 약세와 조정시기가 맞물려 있어 시간이 좀더 걸릴 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달러/엔 환율은 도쿄외환시장에서 지난 1998년 이래 3년만에 장중 128대로 올랐다가 현재 127.70∼80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원 환율도 다시 동조화 영향을 받으며 1,290원대를 돌파했다. 3개월짜리 선물환은 1,300원을 넘었다. 앞으로 달러/엔은 일본의 경제전망 약화 속에서 일본 당국의 용인설 속에서 130엔대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있다. 달러/원도 외국인직접투자(FDI) 자금 유입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긴급 자금이 아니라면 래깅(lagging)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환율 상승과 함께 외국인 매수 가능성이 줄어든다면 국내 기관의 매수 참여도 적극적으로 기대하기도 어려울 듯하다. 조정 모습을 본 뒤에 매수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동원캐피탈의 한 자산운용담당자는 "연말 다소 주식편입비중을 높이려던 기관들이 한발 물러설 것"이라며 "엔화 약세와 연말 외국인 참여가 보수화된다면 조정폭을 관망하면서 시간적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조정에 들어간 선물시장도 마찬가지다. 선물시장에서는 12월물의 고평가 추세가 3월물에 승계되지 못하고 3월물이 저평가가 심화됨으로써 지수연속성이 단절됐다고 보고 있다.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사흘 연속 순매도 이래 이날 오후장에서 순매수로 전환했으나 시장흐름이 따라가지 못할 경우 이런흐름은 이어질 수 없다. 대투증권의 한정희 분석역은 "선물시장은 이미 추세선을 이탈한 뒤이고 미국 등 추가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선조정되며 저평가가 심화되는 모습"이라며 "엔화 약세가 외국인 차익실현을 가속화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좀더 길게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