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1백엔당 1천원선 붕괴 초읽기에 들어갔다. 가뜩이나 수요부진으로 어려운 수출업체들로선 당분간 엔화약세가 불가피해 엎친데 덮친 격이 됐다. 엔화 환율은 14일 도쿄시장에서 달러당 1백27엔대까지 치솟아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화 환율도 달러당 10원 이상 올라 1천2백80원대로 진입했지만 엔화 오름폭을 따르지 못해 원·엔환율은 전날 1백엔당 1천10원에서 1천9원으로 내려갔다. 이같은 원·엔환율은 지난 99년 7월21일(9백97원7전)이후 최저치다. 올들어 최고치였던 지난 9월24일(1천1백21원60전)에 비해선 50일만에 1백12원(10.0%)이나 급락했다. 원·엔환율 하락세는 장기 불황인 일본과 경기회복 조짐을 보이는 한국과의 경제여건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가간 경제 펀더멘털의 비교가치라 할 수 있는 환율은 이런 변화를 민감하게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원화가치가 미 테러사태뒤 상대적으로 강세를 유지해온 점을 감안하면 바람스런 결과는 아니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3,14일 연이틀 "엔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이날 시장에선 재경부가 구두개입에 나섰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세계 경제가 다 어렵고 수출도 어려운데 통화약세를 통해 경기부양을 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최근 엔화의 급격한 약세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금감위 한국은행과 15일 금융정책협의회를 갖고 엔화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그러나 외국인 주식자금 공급으로 인해 환율조절이 여의치 못한 형편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