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증시가 거래일 기준으로 열흘을 남겨 두고 있다. 올해 증시는 미국 금리인하와 외국인의 폭발적인 매수세로 출발한 뒤 유동성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좌절 속에 뉴욕 증시와 연동된 흐름을 보였다. 국내증시는 그러나 지난 9월 미국에서 테러가 발생한 이후 점차로 독자적인 행보를 걷더니 이달 초에는 연중최고점을 치올리며 15개월중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종합지수는 13일 현재 지난해 말보다 34% 올랐고 코스닥지수는 무려 43% 급등했다. 다우와 나스닥지수가 지난해 말에 비해 각각 8.3%, 16.8% 떨어져 있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상승률이다. 세계적인 연쇄 금리인하로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 주변을 맴돌고 있는 가운데 경기가 증시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일본, 홍콩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실하게 성장, 세계 경기 동반침체의 피난처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날 증시는 단기 급등에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을 맞은 부담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매수세가 유입되며 식지 않는 상승 욕구를 분출했다. 증시는 변동성 확대를 마무리하고 추가 상승을 도모할 전망이다. 만기에 따른 여진이 나타날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실적주나 배당관련주에 관심을 갖고 연말 포트폴리오 재편을 구상할 시점이다. ◆ 저가 매수, 더블위칭 무력화 = 이날 종합지수는 670선을 지키며 약보합권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선물과 옵션이라는 두 마녀가 시장을 교란, 단기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은 무색해졌다. 코스닥지수는 프로그램매매와 무관함을 과시하듯 이틀째 오름세를 이었다. 시장베이시스가 매수차익잔고 청산 기회를 제공하면서 1조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도가 출회됐다. 일본증시가 3.4% 하락한 것을 비롯,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주요 지수가 동반 약세를 보였지만 종합지수는 동요하지 않았다. 만기일 충격이 일시적으로 그칠 것이라는 공감대는 추가 상승에 기댄 매수심리를 이끌어냈다. 외국인과 개인은 지수관련 대형주를 저가 매수할 기회를 놓칠세라 '사자'주문을 넣으며 수급균형을 맞췄다. 또 지수부담이 작은 개별종목에 대한 관심도 잊지 않았다. 시장관심이 온통 주가지수 선물시장으로 쏠린 가운데 업종별 특징은 나타나지 않았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주가 전반적인 강세를 유지했고 종이목재, 기계, 유통, 운수장비업종이 상승했다. 반면 전기전자, 의료정밀, 철강금속, 통신, 건설 등은 약세권에 머물렀다. 시장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그램 매도를 흡수하며 선물옵션 동시만기를 무난히 넘긴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매수차익거래잔고의 40% 가량을 소화함에 따라 수급 부담이 한결 줄었다는 지적이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대부분의 시장참여자들이 만기 충격과 저가매수를 예상하면서 심리게임이 전개됐고 생각보다 변동성이 크지 않은 안정적인 흐름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 만기일 이후, 후폭풍이 일면 = 시장을 뒤흔들었던 만기일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추세 형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말을 앞둔 시장은 그러나 만기를 거친 후유증을 치료한 후 가닥을 잡을 공산이 크다. 수급개선 효과도 다음주에나 빛을 볼 전망이다. 외국인과 개인이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소모함에 따라 쉬어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당초 '급락시 매수' 관점을 유지했던 저가매수세는 지수가 슬금슬금 내려가고 하방경직성을 보이자 적극적인 매수 참여로 변했다. 외국인은 프로그램 부담을 떨치며 국민은행, 삼성전자 비중을 확대했고 개인도 모처럼 지수관련주 지분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기다리던 '저가'는 오지 않았지만 매수에는 가담한 셈이다. 또 매수차익잔고가 여전히 지수를 압박하기에 충분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14일부터 최근월물로 등장하는 3월물이 이날 2% 가량 하락하면서 시장베이시스는 종가기준으로 마이너스 0.46을 기록했다. 만기까지 1조원이 넘는 매수차익잔고가 청산되지 않고 쌓인 이유가 시장베이시스가 콘탱고를 유지했기 때문임을 감안할 때 롤오버된 6,000억원 규모의 매수차익잔고가 청산될 여건이 조성된 만큼 올들어 꾸준히 나타난 만기일 이후의 '여진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을 열어둬야겠다. 한 해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증시는 변동성 장세를 접고 박스권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배당 관련주, 중소형 개별종목, 대중주 등으로 순환매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 종목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는 한편 '후폭풍'이 거세게 일 경우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