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공모주 청약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다음주 한주동안 코스닥 시장과 거래소 상장(등록)을 위해 공모주 청약을 받는 업체가 해원에스티 링네트 아남정보기술 등 23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간단위 청약건수로는 사상최대다. 공모주 청약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지난 9월 미국 테러사건으로 공모일정을 늦췄던 기업들과 최근 코스닥 예비등록심사를 통과한 기업들이 최근 시장 상황이 크게 개선된 점을 의식,공모가를 최대한 높여잡기 위해 공모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공모주 청약자격이 크게 제한되기 때문에 공모예정기업들이 공모주 투자열기가 시들해질 것을 우려해 연내에 청약을 마치려고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공모주 청약붐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청약 러시가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지나친 '일정 짜맞추기' 여파로 주간사를 맡은 증권사의 부실추정이 속출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상 최대의 공모주 퍼레이드=다음주 17~18일 해원에스티 링네트 아남정보기술 프럼파스트 제일컴테크 등을 시작으로 모두 23개사가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다. 청약예정기업의 업종은 다양하다. 자동차 등에 부품으로 들어가는 냉연강판을 생산하는 해원에스티에서부터 디아블로 등 온라인 게임을 수입하는 한빛소프트,지난해 코스닥 등록을 준비했다가 공업다이아몬드 제조라는 굴뚝업종의 성격에 맞춰 거래소 상장으로 방향을 바꾼 일진다이아몬드 등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다. 주간사를 맡은 증권사들은 쏟아지는 청약을 준비하느라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 동원증권의 경우 대우증권과 함께 일진다이아몬드의 주간사를 맡은 것을 포함,이번에 7개사의 주간사를 한꺼번에 맡는 등 청약 특수를 누리고 있다. ◇부실추정에 따른 피해 우려도=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연말 결산을 앞두고 실적 올리기에 치중한 나머지 무리하게 기업공개 업무를 강행하고 있다며 부실추정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증권사의 실무팀(IPO팀)이 20명 안팎에 불과한 현실에서 한꺼번에 여러 회사의 인수업무를 다룰 경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증권업협회 자율규제부 관계자는 "재작년과 작년초 증시호황을 업고 들어온 많은 코스닥 기업들중 주간사가 부실분석을 한 것으로 판명된 게 무려 69개사나 됐었다"며 "투자자들은 실적추정의 신뢰성 여부를 꼼꼼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최소 청약자격을 갖추기 위해 주식시장에서 3백만원 이상의 거래실적을 요구하는 등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청약 자격을 강화하고 있는데 반해 공모와 관련한 심사업무가 기업들 위주로 결정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화증권의 류태경 연구원은 "청약기업수가 많다는 것은 투자자에게 선택의 여지가 많아졌다는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옥석가리기'가 더욱 힘들어졌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