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의 영원한 고향은 역시 실적이었다. 불황을 뚫고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기업은 시장이 먼저 알아챘다. 증권 투자자들은 실적 호전기업의 주가를 올 한햇동안 꾸준히 끌어올려 나갔다. 이들 기업은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이후에는 더더욱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실적이 뒷받침되는 기업에 대한 시장의 보답은 결코 일회성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차 3인방 =거래소에선 현대자동차 3인방의 고속질주가 눈에 띄었다. '9.11 미국 테러' 사태의 충격으로 실적호전을 견인했던 미국시장으로의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숫자로 나타난 10월과 11월의 수출실적은 이런 우려가 기우(杞憂)였을 뿐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3인방중 주가로만 따지면 현대모비스의 상승이 단연 압권이다. 갤로퍼 싼타모 등 4륜 구동차 제작사업과 컨테이너 공장 등 비핵심 부문을 과감히 도려내고 보수용 부품 사업에 핵심역량을 집중시킨 현대모비스의 경우 연초 액면가를 밑돌았던 주가가 1만7천원대로 올랐다. 지난 6일 현재 자그만치 2백82.6%라는 기록적인 주가 상승률이다. 현대차 역시 계열분리를 통한 시장의 신뢰회복과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에 성공하며 미국 수출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2백60%라는 놀라운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치주 돌풍의 주역 내수주 =신고가 행진을 거듭한 신세계 태평양 농심 등 내수 3인방도 2001년 증시를 달군 주역이었다. 경기침체기에 상대적으로 경기방어적 성격이 강한 종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진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급속히 증가하는 민간소비 비중이 내수 관련주를 새로운 성장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주가에 날개를 달았다. 할인점(이마트) 사업의 안정적인 확장을 통해 서민층을 파고든 신세계는 사상 처음으로 10만원 벽을 돌파하며 1백50%에 가까운 주가상승을 연출했다. 태평양은 끈질긴 구조조정의 노력을 비로소 인정받아 2백60%라는 경이적인 주가상승률을 기록한 케이스다. 라면 등 음식료 부문에서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농심에 대해서도 증시는 40%에 육박하는 주가 상승을 안기며 화답했다. 의약분업을 호재로 만든 제약주 =의약분업은 오리지널 약품의 매출 비중이 높은 우량 제약주를 증시의 스타로 부상케 했다. 동아제약과 한미약품이 대표적이다. 신약개발 능력까지 갖춘 이들 우량 제약업체는 70~90%대의 주가상승률을 보이며 제약주 주가의 '업그레이드'를 이끌었다. 동아제약은 주력제품인 박카스의 가격인상을 등에 업고 실적퍼레이드를 펼쳤다.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9.8%와 53.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가도 실적호전세에 화답하듯 연초에 비해 78.8%나 급등했다. 한미약품도 68.9%나 뛰었다. 코스닥 알짜기업의 분전 =올해 거래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던 코스닥시장에서 알짜기업만은 실적에 합당한 보상을 받았다. 셋톱박스 1위 업체인 휴맥스는 1백60%대의 주가상승률로 코스닥시장의 가치주임을 과시했다. 통신업체인 LG텔레콤과 홈쇼핑 업체인 LG홈쇼핑도 각각 91.3%와 86.5%의 주가상승률을 나타냈다. 견조하게 유지된 소비의 영향으로 이들 업체의 수익성이 꾸준히 개선됐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 리니지 열풍을 몰고온 엔씨소프트 역시 1백40%에 가까운 주가상승률로 코스닥 황제주에 등극하는데 성공했다. 대장주 국민카드도 카드업체의 잇단 상장예고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주가 상승으로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