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경배 사장 ] 태평양은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를 주도했던 "가치주"열풍의 주역이다. "태평양칩"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올해 주식시장에서 최고의 "미인주"로 자리잡았다. 태평양은 국내 최대 화장품 업체다. 라네즈 아이오페 헤라 설화수 등 강력한 브랜드파워와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특정 유통경로에 치우쳐 있는 타업체에 비해 시판과 방문판매 모두에 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올해초 2만7천5백원에 불과했던 태평양의 지난 6일 종가는 9만9천원으로 무려 2백60%나 상승했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침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는 점이 시장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관심종목으로 떠오르면서 연초 26%대에 불과했던 외국인 지분율도 40%대로 높아졌다. 태평양의 실적을 뜯어보면 이같은 평가가 그리 과장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3.4분기까지 누적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3.2% 증가한 7천4백5억원,영업이익은 38.6% 늘어난 1천4백60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1천1백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6%나 증가했다. 특히 매출의 44.3%를 차지하는 고가,고기능성 제품위주의 방문판매부분이 크게 성장하고 있어 올해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3% 증가한 9천7백6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현대증권).이는 지난해 15.9% 성장세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시판부문에 비해 고마진인 방판 매출비중의 증가로 인해 원가율 하락효과가 높고 방판부문은 시판부문에 비해 판매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5.8%에서 올해 18.1%로 높아질 전망이다. 태평양이 높은 평가를 받는 또다른 이유는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대표적인 기업이라는 점 때문이다. 일찍부터 구조조정을 실시,태평양산업 태평양제약 등 화장품 관련 우량 계열사만을 보유하고 있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실질적인 무차입경영으로 재무구조도 탄탄하다. 매출액 대비 5% 내외의 연구개발(R&D)투자로 국내 화장품 업체중 가장 활발하게 제품 개발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내년 2월부터 "아모레 퍼시픽"이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도입,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유럽 미국 등에 진출해 세계적인 화장품 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현대증권 조윤정 연구원은 "태평양의 올해와 내년 예상 PER(주가수익비율)는 7.3배와 6.1배로 제조업평균대비 40%정도 저평가돼 있다"며 "미국의 에스테로더나 에이본의 경우 S&P500지수 대비 15~20%의 할인되어 있음을 감안할 때 현재 태평양의 주가 수준은 다소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경기회복 지연에 따라 방판시장의 성장폭이 내년에 다소 둔화될 전망"이라며 "신규 진입업체의 증가에 따른 과잉경쟁이 예상돼 내년 실적은 올해의 성장율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경기방어주 성격인 태평양은 지난 10월 이후 지수상승률을 밑도는 조정세를 겪었다. 그러나 실적 호전에 따른 기업가치의 재평가,구조조정후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장기비전 제시 등으로 주가가 한단계 상승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