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복 조흥은행장.그의 방에 들어서면 대형 컴퓨터 모니터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모니터에는 조흥은행 주가를 비롯 다른 시중은행 주가가 실시간으로 뜬다. 그만큼 주가에 관심이 높다는 얘기다. 이런 관심이 효험을 발휘한 걸까. 최근 조흥은행 주가는 뜀박질을 하고 있다. 6일 종가는 3천8백원. 작년말(1천6백70원)보다 1백27.5%나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행장은 "아직도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한다. "조흥은행의 적정주가는 6천~8천원수준"이라며 "지금 주식을 사도 상당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위 행장으로부터 그 근거를 들어봤다.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보는 이유는. "조흥은행은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2천4백5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4·4분기에는 부실채권 매각손 및 상각 부담이 줄어들어 2천8백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올 연간 순이익은 5천2백억원으로 불어난다. 이를 기준으로 한 주당순자산(BPS)은 3천8백50원에 달한다. 다른 은행 주가가 BPS의 1.5∼2배에서 형성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6천∼8천원은 가야 적당하지 않겠는가" -하이닉스와 쌍용양회에 대한 여신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쌍용양회는 지난 10월 채무 재조정안이 확정돼 문제가 없다. 특히 쌍용양회는 2003년부터 이익을 낼 전망이어서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하이닉스에 대한 충당금 적립비율이 19%로 너무 낮지 않은가. "다른 은행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정책적인 것이다. 충당금 적립비율을 20% 이상으로 높이면 하이닉스에 대한 여신이 부실여신인 '고정'으로 분류된다. 하이닉스를 부실기업으로 분류해 놓고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 그래서 일부러 충당금 적립비율을 20%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다. 대신 부실 가능성에 대비,1천3백억원의 특별충당금을 쌓아 하이닉스에 대한 충당금 적립비율을 사실상 40%로 높일 계획이다. 최근 하이닉스 처리방안이 급진전되고 있는 만큼 주가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내년부터 수익성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추세라면 내년 경상이익은 1조6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각종 우발채무에 대한 충당금을 충분히 쌓더라도 당기순이익이 7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본다. 이렇게 되면 과거 3년간 누적 손실(8천5백억원)을 완전히 털어내 내년부터는 배당이 가능해진다" -투신운용사와 카드사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투신운용사는 올해 안에 협상을 타결지을 방침이다. 49%의 지분을 팔면 4백억∼5백억원이 유입된다. 카드사업의 경우에는 내년 상반기 중 매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드사업을 일단 별도법인으로 독립시킨 뒤 50% 가량의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벌써부터 원매자가 나서고 있다. 카드사업 가치를 감안하면 매각으로 인해 8천억∼9천억원의 특별이익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은행을 인수한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현재 세계적인 금융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또 은행업의 대형화 추세를 감안하면 서울은행과의 합병도 고려해 볼만한 방안이다.그러나 조흥은행의 대주주는 정부(지분율 80%)인 데다 서울은행도 자체 매각을 추진중인 만큼 일단 추이를 지켜볼 생각이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