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간 주식맞교환 방식의 제휴는 사실상 마이크론이 하이닉스 경영권을 인수하는 징검다리의 성격을 갖고 있다. 법적으로는 하이닉스가 독립성을 유지하더라도 결국 마이크론이 경영을 좌우하는 넓은 의미의 합병이라는 해석이다. 하이닉스의 경우 현재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상태다. 채권단은 향후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해 대주주가 되더라도 세계적인 반도체기업을 경영할 능력과 의지가 없다. 반면 마이크론이 하이닉스 주식인수의 댓가로 채권단에 넘겨줘야 하는 지분은 현재 주가와 자산가치로 볼때 마이크론의 경영권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5%미만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일부터 시작된 두 회사간 협상이 마이크론의 하이닉스에 대한 일방적인 실사형식과 병행해 진행되고 있는데서도 이를 엿볼수 있다. 지난 1999년 프랑스 르노가 일본 닛산자동차 인수할 때나,지난해 미국 GM의 이탈리아 피아트자동차를 인수할 때도 형식으로 주식 맞교환이었다. 닛산과 피아트는 주식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20%선의 지분을 르노와 GM에 넘겨주고 이들 선발업체의 그늘 아래로 들어갔다. 마이크론의 스티브 애플턴 마이크론 사장은 하이닉스와의 협상추진 발표전인 지난주 미국의 전자전문 언론매체 EBN과의 인터뷰에서 대등한 제휴에는 관심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D램 시장에서 나가고자 하는 회사가 있다면 우리로서는 인수할 만한 일이다. 우리는 언제나 그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난 97년의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사의 D램 사업 인수와 같을 것이다. 우리는 강력한 기업을 제거하기를 원하지만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정리방식이어야 한다. 우리가 하는 일이 경쟁업체중 하나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지분 교환은 어떻게=하이닉스는 마이크론에 채권단 지분을 넘겨줄 공산이 크다. 채권단 지분을 제외한 하이닉스 주식은 대부분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데다 채권단도 이번 기회에 하이닉스에 출자전환한 돈을 회수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출자전환 조건부 전환사채(CB)형태로 약 3조원을 하이닉스에 지원할 예정이다. 이 CB는 내년 상반기중 주식으로 전환되는 데 최고 전환가는 주당 3천1백원으로 정해져 있다. 그 경우 하이닉스에 대한 채권단 지분은 45%정도 된다. 주가가 2천원선이라면 지분율은 54%로 올라간다. 어쨌든 마이크론은 채권단 지분중 15~20%정도만 가져가도 하이닉스의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대가로 하이닉스가 받는 주식이 무엇이냐는 것.일단 마이크론이 신주를 발행해 채권단에 제공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주식 교환비율은 양측의 실사를 통해 얻어진 주당 순자산가치 등이 이용될 수 있다. 그러나 마이크론이 신주를 발행하는 데 대해 기존 주주들이 반발하면 얘긴 달라진다. 그땐 어쩔 수 없이 현금을 줘야 한다. 전병서 대우증권 조사부장은 "마이크론은 현재 약 2조4천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을 2조5천억원 정도로 가정하면 약 5천억원만 주고도 20%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채권단 지분의 매각보다는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에 현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때문에 내년 상반기중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하길 기대하고 있다. 그 경우에도 하이닉스 지분의 일방적인 매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전병서 부장은 "전략적 제휴의 범위가 어떻게 정해지든 하이닉스 지분을 마이크론에 넘긴다면 제 값을 받는 게 관건"이라며 "하이닉스와 채권단이 너무 조급하게 나서는 건 금물"이라고 말했다. 김성택.차병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