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녀가 자주 눈빛을 마주 치는 걸 봤다"는 얘기가 어느 순간에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사이"라고 확산되는 게 풍문이 지닌 속성이다. 결혼으로 골인하지 않으면 그 소문이 두 사람에겐 '상처'가 되고 만다. 하이닉스반도체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합병 논의도 비슷한 유형이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짝짓기를 기대하는 심리가 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골칫덩이를 처리하면 '윈윈게임'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상상력을 부풀린다. 그러나 약혼식 날짜도 잡아 놓지 않은 상태에서 은밀한 관계를 공표한 두 '연인'의 진로는 유동적이다. 두 회사는 로미오와 줄리엣가(家)처럼 앙숙관계였다. 앙숙이 친구 사이로 바뀌면 크게 달라지는 일도 있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