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종합상사들이 주식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으면서 주가가 바닥권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고도성장에 앞장섰던 종합상사들은 한때 인재와 정보,자금의 산실로 각광받으며 우량기업 대접을 받았지만 부실자산 누적,수익기반 붕괴 등 악재에 발목이 잡히면서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증시에 상장된 9개 대형 종합상사 중 4개사의 주가가 1백엔(약1천원)대 전반을 맴돌자 증권가에서는 "1백엔 클럽"이라는 조롱 섞인 유행어까지 등장했다. 일본 언론은 주가가 1백엔 이하로 내려간 기업들을 한데 묶어 "다마"(동전이라는 뜻의 일본어)기업이라는 닉 네임을 붙여 놓고 있으며 이들 기업 주식은 투자리스크가 큰 대상으로 낙인 찍혀 있다. 주가가 1백엔대 전반인 종합상사는 도멘(11월29일 종가 1백10엔)니치멘(1백13엔)닛쇼이와이(1백3엔)마루베니(1백4엔)등이다. 1백엔대 클럽과는 거리가 멀지만 나머지 대형 종합상사들의 주가도 1천엔을 넘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미쓰비시상사의 8백52엔이 최고로 높은 수준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종합상사들의 주가하락을 낙후된 사업구조와 취약한 수익기반 등에서 찾으면서 주가전망이 단시간에 호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미국발 동시테러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로 빠져든데다 불황한파로 교역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이와종합연구소의 한 애널리스트는 "수익을 창출할 신사업 발굴과 발본적 수익구조 재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외적 요인까지 겹친 탓에 주가는 바닥권 탈출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장 주변의 일반적 분위기다. 주가가 1백엔 붕괴 직전까지 밀려날 만큼 경영 위기에 몰리자 종합상사들도 회생 몸부림에 안간 힘을 쏟고 있다. 2002년 3월 결산에서 1천50억엔의 적자가 예상되는 마루베니는 9월 중간결산시 미처리 손실을 모두 장부에 반영한데 이어 회사 전 부문에 철저한 수익개념을 도입했다. 이 회사는 수익을 못내는 사업은 즉시 손을 떼고 관련 부서는 모두 통.폐합해 나갈 방침이다. 일부 회사들은 라이벌 상사와의 제휴,자금수혈에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닛쇼이와이는 정보산업과 액화천연가스 사업을 분사,스미토모 등 경쟁사들로부터 출자를 받아 들였다. 도멘은 풍력발전사업을 지난 11월 초 분사했으며 여기에 외부자금을 끌어들인 후 주식매각이익을 부채상환에 충당할 계획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