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적으로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산 재배분이 이미 시작됐다. 기업의 실적추정이 상당히 낮춰진 상태이기 때문에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미국 기업의 4.4분기 기업실적 예고가 시장에 긍정적인 모멘텀(earning surprise)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SK투신운용 장동헌(39) 주식운용본부장은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999~2000년에 펼쳐진 "큰 장"에서 한국투자신탁의 주식운용팀장으로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은 바 있다. -최근 주가의 널뛰기가 심해졌는데. "1년여 지속됐던 종합주가지수 500∼630의 박스권에서 분명히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한단계 레벨업 된 박스권이든,대세상승 초입 국면이든 과도기엔 시장이 많이 움직인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짧은 매매에 주력해 왔지만 지금부터는 길게 들고 있어야 수익이 나는 시기다. 주식을 모아야 할 때다" -그렇지만 국내기관은 매도 일변도로 대응하고 있지 않은가. "기관의 시장 전망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변했다. 숫자상 기관투자가가 순매도하는 것으로 잡히는 것은 대부분 환매물량이다. 지수 700 언저리까지는 이런 식의 환매와 신규 유입자금의 매수가 교차하는 손바뀜 과정을 겪을 것이다. 700을 넘으면 일부 외국인의 차익물량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증시의 수급은 점차 개선될 것이다. 투자자문사 쪽을 보면 일부 '큰 손'들의 시장참가도 확인된다" -경기지표가 혼조를 보이는 양상인 데도 시장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소비가 더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기·전자제품 신규 수주도 감소율이 완화되고 있다. 내구재 소비동향도 눈여겨 보는데 10월 미국의 내구재 주문이 12.8%나 급증해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왔다. 채권의 장·단기 스프레드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국내 산업활동 동향도 3·4분기나 4·4분기가 경기의 바닥일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지표가 혼미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둔화의 정도가 완화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내 기업의 수익성은 좋아지고 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상장기업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이 자본비용을 초과하게 될 전망이다. 내년 하반기에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 기업이익의 증가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주가수익비율(PER)도 한 단계 높아질 것이다" -외국인의 매수 열기를 어떻게 보나. "전세계적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이머징 마켓으로 더 많이 유입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레버리지(지렛대) 효과가 높은 산업과 기업이 많아 경기회복 국면에서 가장 유망한 투자처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가 30일 변경됐는데 외국인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한국주식 포지션을 높게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새 지수를 기준으로 할 경우 오히려 1.3%포인트 적다. 당분간 지수변경에 따른 부족분을 채우는 과정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눈여겨 보는 지표중 메릴린치에서 발표하는 위험회피지수(risk aversion indicator)가 있다. 미국 테러사태 직후 1.2에 육박했던 이 지수가 0.9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다. 그만큼 외국인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마켓에 투자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향후 어떤 종목을 유망하게 보나. "크게 네가지 부문이다.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지만 재고정리 수준을 보면 전기·전자 부품업체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국민은행 등 핵심 은행들의 가치가 재평가받는 작업도 주목된다. 경기방어주로 인식되고 있는 유통(백화점)·광고주도 성장주로 봐야할 때가 됐다. 한국 경제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여서 중장기적인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차원에서 보면 유통·광고주는 성장주로 간주할 만하다. 끝으로 역시 대세상승의 모멘텀은 증권주에 주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글=박민하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