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가파른 주가상승을 주도하면서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외국인이 "팔자"로 돌아섰다. 29일 외국인은 현물은 물론 선물과 콜옵션까지 동시 순매도를 나타내 9월 이후 "바이 코리아" 행진이 끝난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촉발시켰다. 시황분석가들은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세로 완전히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시장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적극적인 매수를 주저하고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종목별 순환매 양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외국인 셀 코리아 가능성 낮아=외국인은 전날 1백51억원의 순매도를 보인 데 이어 29일 1천2백억원 이상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는 지난 7월24일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전날과 달리 삼성전자 SK텔레콤 포항제철 현대자동차 등 지수 관련 대형주를 주로 내다 팔았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주 들어 외국인의 이익 실현성 매도 물량이 여전한 반면 매수 규모는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미국 증시가 불안해지면서 뮤추얼 펀드의 자금 유입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물시장 움직임이 변수=외국인의 핵심 블루칩에 대한 편입 비중이 최고조에 달한 만큼 적극적인 매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사상 최고치에 달한 매수차익거래 잔고의 청산 여부가 추가 하락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외국인은 주식을 매도한 것과 달리 선물시장에서는 장중 대규모 순매수를 보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현·선물 차이인 시장베이시스의 콘탱고를 유지,8천억원이 넘는 매수차익거래 잔고의 청산(현물매도·선물매수)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장 막판 지수가 반등하면서 이익실현을 위해 2천3백계약 이상을 팔았지만 누적 순매수포지션은 2만계약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옵션시장에서는 콜옵션 매도-풋옵션 매수를 통해 향후 조정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선물매매를 통해 확보한 평가이익을 옵션을 통해 고정시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균 동양증권 과장은 "신고되지 않은 물량까지 감안하면 매수차익거래 잔고는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오는 12월13일 더블위칭데이(선물·옵션 동시 만기일)가 임박하면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적지 않은 물량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스권 장세 속 순환매 전망=외국인의 매매는 단기적으로 10월 미국 내구재 주문동향과 고용지표,미국의 대 이라크 대응 강도,국제유가 등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규모 매수 우위를 보이지 않는다면 개별종목 장세가 예상된다. 신용규 대신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차적으로는 20일 이동평균선(606선)에서 지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경우 반등 탄력은 강화되겠지만 지지선이 무너질 경우 600선을 중심으로 기간조정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기관들이 매수에 가담할 수 있는 지수대에 근접함에 따라 저평가된 실적호전주가 시장의 관심을 모을 가능성이 있다"며 "내수 소비 관련주나 월드컵 수혜주,개인이 선호하는 증권 은행 건설 등 대중주의 순환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