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분위기가 별안간 싸늘해졌다. 경기불안의 "망령"이 다시 살아나면서 유동성 장세의 핵심세력인 외국인투자자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증시에서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선 가운데 주가도 38포인트나 폭락,한껏 달아올랐던 시장분위기가 급냉했다. 외국인의 "외끌이"에 급브레이크를 건 것은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당초 예상을 뒤엎고 7년래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발표되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시중자금이 증시로 방향을 틀고 "소심한" 개미군단(개인투자자)까지 조심스럽게 주식 매수에 나서는 시점에서 상황이 확 뒤바뀐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 만큼 버블(거품)붕괴의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시 펀더멘털로 되돌아가 경기 회복 여부와 기업실적 개선 추이 등을 꼼꼼하게 살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외국인 나홀로 장세 끝났나=지난 26일 2천8백65억원(거래소 기준)에 달했던 외국인 순매수세는 전날 6백53억원으로 뚝 떨어지더니 이날에는 매도우위로 바뀌었다.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5일만에 1백51억원어치를,코스닥시장에서는 8일만에 4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미국의 11월 소비자신뢰지수가 떨어진 것이 미국 주가를 끌어내렸고 그 여파가 국내 증시에도 미쳤다. 외국인에 의한 유동성 랠리의 배경에 미국 경기의 회복 가능성이 짙게 깔려 있었던 만큼 소비심리 위축의 충격은 컸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가 끝났다고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매수 강도는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굿모닝증권 이근모 전무는 "프로그램매수분을 제외하면 이날도 국내 기관은 매도세를 유지했다"며 "국내 기관이 지속적으로 매도공세를 펼치는 한 외국인의 매수공세가 한풀 꺾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열쇠는 경기가 쥐고 있다=소비자신뢰지수 하락은 '기업 투자축소→실업률 증가→소득감소→지출감소'의 악순환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경기 저점과 회복 시기에 대한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현지시간으로 28일 발표될 베이지북과 29일 나올 실업수당 청구건수및 내구재주문 동향 등에 따라 미국 증시와 국내 외국인의 움직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동양증권 투자전략팀 박재훈 차장은 "버블이 깨지는 국면으로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대 이상으로 좋게 나온 국내 3·4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도 내용을 뜯어보면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의 혜택을 받은 건설업의 기여도가 가장 크기 때문에 경기 회복의 신호로 해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증시전망및 투자전략=전문가들은 증시가 비정상적인 폭등과 폭락을 경험한 만큼 630선도 강력한 지지선의 역할을 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하게 돌파된 저항선은 지지선으로 바뀌지만 '이유없는' 폭등세로 전고점이 뚫린데 이어 680선을 넘보던 주가가 단숨에 630선으로 폭삭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현재의 주식편입 비중을 감안할 때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세를 기대하기 힘든 데다 다음달부터 미국 기업들의 4·4분기 실적 추정치가 발표되는 만큼 당분간 증시가 600∼680의 박스권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조정을 배당투자 유망주와 실적이 좋은 업종대표주를 저가 매수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며 "단기 투자자의 경우 철저히 재료 보유주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