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힘"이 주가를 가파르게 밀어올리고 있다. 증시 주변에 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론까지 가세,주가에 뜨거운 불을 붙였다. "반짝 랠리"에 그쳤던 지난 1월과 4월,7월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경기 회복의 시점과 폭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주가가 1년 이상 갇혀있었던 박스권에서 탈출,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특히 그동안 매도로 일관했던 개인투자자가 오랜만에 매수우위로 돌아선 점도 이번 유동성 랠리가 좀더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유동성 장세의 "선봉"격인 건설 증권주가 급등한 점도 투자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그러나 유동성장세가 실적장세로 이어져 대세상승장이 펼쳐지려면 경기 회복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신호가 나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매기 확산=주식시장의 매기가 블루칩에서 건설 금융 등 대중주로 확산되고 있다.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의 특징이다. 26일 거래소 시장에서 건설 및 증권업종지수가 각각 13.51%와 12.17% 급등했다. 개인이 8거래일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선 점도 외국인에 의한 '외끌이 장세'의 한계를 보완해주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로 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이날은 외국인과 개인의 쌍끌이가 지수를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당분간 주가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유동성 장세의 핵심 세력인 외국인이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1조3천3백26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데 이어 이날도 2천8백억원 이상의 매수 우위를 보이는 등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고 있다. ◇실적 장세 연결이 관건=과거에도 유동성 장세와 '닮은 꼴'을 보인 강세장은 많았지만 실제 실적 장세로 이어진 적은 많지 않았다. 서울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종합주가지수가 처음으로 1,000포인트 고지에 오른 지난 89년 이후 펼쳐진 7차례의 유동성 장세 중 실적 장세로 연결된 것은 92년 8월과 98년 9월 등 두차례에 불과했다. 두 시기 모두 금리가 기존 저점을 밑돌면서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고,미국 금리 인하와 달러화 약세,국제 원유가 안정 등에 힘입어 국내외적인 경기 회복이 뒤따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현재 상황도 금리와 유가가 낮고 환율이 하락하는 등 외부 조건은 대세 상승 직전의 유동성 장세와 비슷하다. 다만 과거 사례를 살펴봐도 경기 회복이 뒷받침돼야 대세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아직 대세 상승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과거와 달리 국내 기관과 개인이 이번 랠리에 동참하지 못해 상대적인 '피해자'로 남아 있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투자자 대응요령=전문가들은 주가가 현재 경기 상황에 비해 '과도'하게 오른 만큼 이제부터는 유동성 논리에 의한 철저한 '머니 게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부실 종목이 급등하는 등 시장의 질이 떨어진다든가,단기 급등한 종목의 상승세가 꺾이는 모습이 나타날 경우 과감히 종목을 갈아탈 것을 권유한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정보부장은 "주가가 실력(펀더멘털)에 비해 많이 올라 지금부터는 버블(거품)이 형성돼 철저히 유동성 논리가 시장을 좌우할 전망"이라면서 "증시 주변 자금 동향과 미국 증시 움직임 등에 대한 집중력을 좀 더 높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홍 부장은 "고객 예탁금 증가 폭이 갑자기 둔화되거나 다우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10,000선과 2,000선을 강하게 돌파하지 못하고 좌절할 경우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