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의 체질이 변하고 있다. 강세장이면 으레 시장을 이끌었던 간판 기술주들이 꼼짝하지 않는 대신 대형주들이 매수세를 대거 끌어들이면서 '덩치값'을 하고 있다. 유동성 장세가 연출되면서 금융주를 비롯한 대형주가 시장을 이끌고 있는 거래소시장을 코스닥시장이 따라하는 양상이다. 여기에는 KTF 등 통신주를 비롯한 대형주에 대한 외국인의 매수가 끝을 모를 정도로 지속되고 있는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조정 내지 테마장을 기다렸던 자세에서 벗어나 휴맥스 국민카드 기업은행 교보증권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을 서둘러 매입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중소형 기술주들은 '거북이 걸음으로 올랐다가 토끼걸음으로 하락하는' 패턴을 되풀이 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예상밖의 유동성 장세속에서 자체 상승모멘텀을 찾지 못한 코스닥시장이 거래소시장을 뒤쫓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대형주중심의 순환매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개인도 대형주로 몰린다=지수관련 대형주중심의 강세장이 지속되면서 개인의 매매패턴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일 장중 70선을 회복하며 추가상승의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자 발빠른 개인들은 대형주를 포트폴리오 구성종목에 편입시키기 시작했다. 개인들은 휴맥스의 경우 전고점을 돌파한 후 신고가를 기록하던 지난 21일 30억원 넘게 팔아치웠다가 22일 20억원,23일 22억원 등 최근 3일동안 50억원 가까이 되사들였다. 이와 함께 교보증권 기업은행 등 외국인이 관심을 두지 않거나 팔고 있는 대형주에도 매기가 몰리고 있다. 지난 12일 이후 개인들의 순매수가 본격화하면서 지난 주말까지 개인순매수 상위종목에 하나로통신 엔씨소프트 씨엔씨 CJ39쇼핑 교보증권 등 대형주가 대거 채워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소형주는 '왕따'=이러다보니 코스닥시장내 간판 기술주들은 '왕따'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 종목은 최근 강세장에도 불구,오를때는 거북이 걸음을 하다가도 조정이 나타나면 토끼걸음으로 주가가 하락하며 철저히 소외되는 분위기다. 인터넷대표주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 12일 이후 주가가 오른날이 7일로 하락한 날 4일의 두배임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새롬기술 한글과컴퓨터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4월 상승랠리의 신호탄을 쏟아올렸던 인터넷보안주나 솔루션관련주도 마찬가지다. 장미디어는 지난 12일 이후 3일을 제외하고 8일이나 상승했지만 주가는 불과 3~4% 상승하는데 그쳤다. 인디시스템도 지수가 70선을 돌파하던 지난 20일부터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크로젠 인바이오넷 등 바이오관련주도 거래량이 급감하며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전략=증시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의 '거래소 따라하기' 현상을 반영,거래소 체질을 가진 대형주 중심의 순환매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교보증권 최성호 책임연구원은 "주도권을 외국인이 틀어쥐고 있는 데다 코스닥자체의 상승 모멘텀이 없어 실적이 뒷받침되는 대형주장세가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SK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진작에 거래소 대중주로 옮겨 차익을 챙긴 개인들이 다시 코스닥시장내 거래소 체질을 가진 LG텔레콤 하나로통신 휴맥스 기업은행 교보증권 등의 종목을 사들이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