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서 돈을 빌리지 않고 자력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무차입 경영'이 확산되는 추세다. 외환위기로 '차입 경영'의 위험성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기업들이 유동성 확충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금융비용 부담률이 1% 미만인 업체는 92개사. 이는 지난 98년(16개)과 99년(50개) 작년(75개)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올 상반기(84개사)에 비해서도 증가했다. 금융비용 부담률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이자 비용을 말하는 것으로 통상 1% 이하이면 무차입 기업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무차입 기업으로는 남양유업 신도리코 LG애드 일정실업 제일기획 퍼시스 등이 꼽힌다. 이들은 올 3.4분기까지 이자 비용이 한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코스닥 기업들도 무차입 경영에 적극적이다. 이자 비용이 '제로(0)'인 기업은 지난해 3개에 불과했으나 올 9월말 현재 22개로 늘어났다. 올해 신규 등록기업을 제외해도 지난해의 4배인 12개사나 된다. 태진미디어 이스턴테크놀로지 삼영열기 등 3개사는 2년 연속 이자 비용이 제로이며 누리텔레콤 핸디소프트 쓰리소프트 등은 올해 새로 '완전' 무차입기업 대열에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재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무차입 경영이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석중 교보증권 상무는 "혹독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재무구조 개선은 이제 기업 경영의 첫번째 화두가 됐다"며 "기업평가 때도 재무 건전성이 핵심 기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남양유업 재무담당 유용준 부장은 "외환위기 이후 한계사업을 정리하고 무차입 경영을 펼치면서 회사에 대한 외부 평가와 이미지가 크게 좋아졌다"고 전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