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년 만에 채권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시장금리 급등에 따른 연말 자금경색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에서다. 금리가 계속 뛸 경우 투신사의 머니마켓펀드(MMF) 환매라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는데다 만기 회사채의 차환 발행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금융시장의 자금 수위를 높여 놓을 수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사실 최근의 금리 상승은 경기회복 가능성에 따른 시장 기조의 변화로 보는 시각이 많다. 때문에 지난달 연 4.34%까지 하락했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6%대 턱 밑까지 치고 올라 왔고 이런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돼 왔다. 이런 시점에서 한은이 1조원의 시장 개입을 선언한 것은 금리 오름세를 더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연 6%선'이 당국이 보는 금리 상한선이 아니냐는 시각도 그래서 나온다. 박재환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적정 금리 수준에 대해 언급할 수 없지만 과도한 금리 급등세를 예의주시하고 필요할 때는 추가로 개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일단 1조원 정도면 금리 오름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매입 대상 채권도 2,3,5년 만기 채권 중 기준이 되는 지표채권들이어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채권 발행 잔액(6조1천억원)의 6분의 1 가량을 한은이 거둬들이는 셈이다. 한은은 개입 효과 극대화를 위해 발표시간도 장 끝나기 직전으로 잡았다. 당장 23일 장 막판 4분 동안 국채선물 가격이 90틱(0.90포인트)이나 뛰었다. 이는 채권 수익률이 0.30%포인트 급락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3년 만기 국고채도 연 5.82%로 급락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