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마침내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닥지수도 3개월여만에 70선에 올라섰다. 외국인의 외끌이 장세에 기관들이 가세하면서 가능성만으로 여겨지던 유동성 장세가 눈앞에 도래한 것이 주가 급등을 이끌어낸 요인으로 풀이된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700을 넘지는 못하더라도 670~680선까지는 내처 줄달음질 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동안 철저하게 소외됐던 기관투자가가 매수 행진을 펼칠 경우 올해 안에 700선에 도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유동성의 힘=종합주가지수를 연중 최고치로 이끈 일등 공신은 뭐니뭐니해도 국내외의 풍부한 유동성이다. 지난 9월11일 미국 테러사태 이후 세계적인 금리인하 도미노현상이 일었다. 갈 곳을 찾지 못한 자금은 주식 그것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국 증시로 몰려들었다. 외국인은 지난 10월 이후에만 거래소시장에서 2조7천2백80억원을 순매수했다. 국내 증시 주변 자금사정도 급속히 호전되고 있다. 지난 22일 현재 고객예탁금은 9조5천5백15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식에 60%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순수 주식형펀드도 6조1천억원을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주가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자 '팔자'로 일관하던 기관투자가들이 마침내 순매수로 돌아섰다. 지난 99년 상승장을 이끌었던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장세'가 연출된 셈이다. 이기웅 대한투신 주식운용본부장은 "그동안 현금을 확보한 뒤 눈치를 보던 기관들이 이날 순매수로 돌아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기바닥론 확산=국내 기관투자가들이 그동안 외국인의 외끌이 장세를 지켜봤던 것은 경기호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세계 경기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수출이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보니 주가 상승세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지난 22일 발표된 3·4분기 GDP 성장률은 1.8%로 당초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적어도 경기가 주가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기관의 매수세를 부추겼다. 김석규 B&F투자자문 대표는 "지난 1월과 4월의 랠리가 단순한 수급 호전에 따른 랠리였던 데 비해 이번 랠리는 경기 바닥을 수치로 확인한 상황이라는 점이 다르다"고 3·4분기 성장률에 의미를 부여했다. ◇680선에 도전=유동성 장세가 실적 장세로 접어들 것으로 확신할 수는 없다. 또 단기간에 급등한 것도 상당한 부담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번 랠리에서 종합주가지수가 670~680까지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석중 교보증권 상무는 "이날 중·저가 업종대표주인 옐로칩과 개인이 선호하는 증권주를 중심으로 매기가 폭넓게 확산됐다는 점에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680선까지 도달한 뒤 조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기술적으로 과열 조짐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등 핵심 블루칩이 신고가를 경신하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670선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시점이 단기 고점일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