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은행합병논의를 계기로 은행주를 선두로한 금융주가 증시의 주도주로 부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나.제일은행간 합병논의가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전된 것으로 알려진데 이어 위성복 조흥은행장이 공개적으로 서울은행과 합병할 의사가 있다고 천명함에 따라 은행간 합병은 상당기간 증시의 화두로 자리잡을 공산이 커졌다. 여기에 국민은행의 대우증권 인수설과 증권사간 합병설도 급속히 유포되고 있어 금융권 구조조정은 은행에 이어 증권사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은행간 합병논의는 금융주는 물론 연중고점 언저리에서 조정을 받고 있는 주가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외국인이 국내 증시의 3대업종인 전기전자.통신.금융주중 금융주에 대해서만 매수강도를 부쩍 높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여기에 장기투자자금인 장기증권저축과 국민연금 등의 1차 매수대상도 금융주라는 점에서 당분간 우량금융주의 움직임에 주목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 합병은 증시에 호재=은행간 합병 논의는 증시에 조정국면을 마무리지을 결정적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월11일 미국 테러 사태 이후 주가 상승세는 금융주와 전기전자주가 주도해왔다. 지난 9월12일 대비 이날 현재 금융주의 상승률은 37.09%.종합주가지수 상승률(31.32%)을 웃돌고 있다. 금융주는 특히 합병 국민은행주가 재상장된 지난 9일 이후 증시를 주도해 왔다. 그러나 합병 국민은행의 재료가 시들해지면서 증시 전체가 조정국면으로 빠져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터져나온 은행간 합병 논의는 금융주는 물론 증시 전체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의 실적 개선이 뚜렷한데다 유동성 장세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은행간 합병 논의는 증시 주변을 맴돌고 있는 시중자금을 끌어당기는 데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임일성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은행을 비롯한 금융주가 실적호전과 구조조정 진전을 바탕으로 증시를 견인해 왔지만 최근 효과가 떨어진 감이 있었다"며 "급물살을 타고 있는 은행간 합병 논의는 증시 전체에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량 금융주에 주목=최근 우량 금융주의 선전은 눈부시다. 은행주 중에선 하나은행 신한지주회사,증권주에서는 삼성증권 대신증권,보험주에서는 삼성화재와 대한재보험 등 업종대표주가 신바람을 내고 있다. 이들 종목은 최근 외국인의 인기를 독차지하면서 외국인 지분율과 주가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신기록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달부터 금융주에 대해 집중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4일부터 7일 연속 금융주를 순매수하고 있다. 이에 비해 통신주에 대해선 연일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에 대해선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이 전기전자 업종에 대해선 가격논리를 바탕으로 매수와 매도를 번갈아 하는 전략을 취하는 반면 금융 업종에 대해서는 가격논리보다는 실적논리로 접근하고 있다"며 "여기에 은행 합병이라는 변수가 발생함으로써 금융주 유인 동기는 한층 커졌다"고 분석했다. ◇증권사 구조조정도 변수=증권사의 수익은 거래대금에 크게 영향받는다. 따라서 거래대금이 늘수록 증권주도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 비록 은행주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테러 사태 이후 증권주도 38.83%나 상승해 이같은 함수관계를 그대로 보여줬다. 관심은 증권사의 구조조정이 은행 합병 논의에 이어 다시 활발해질 전망이라는 점이다. 이미 국민은행이 대우증권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증권가에 파다하게 퍼져 있다. 또 6~7개의 중소형 증권사를 둘러싼 M&A(기업인수합병) 경쟁이 한창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비록 증권사의 실적이 은행과 보험사에 비해 뚜렷이 호전되고 있지는 않지만 구조조정이 화두로 등장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더욱이 증권주는 개인투자자가 선호하는 종목이다. 이를 감안하면 증권주도 은행주 못지 않게 관심을 둬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