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삼성증권 사장은 '정도(正道)영업의 전도사'다. 평소에도 편법을 통해 쉽게 쉽게 넘어가는 것을 체질적으로 싫어한다. 그런 성격의 소유자가 증권 영업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고객 수익률을 영업직원의 평가잣대로 삼겠다. 이를 위해 약정경쟁도 포기하겠다"는 그의 취임 일성은 증권업계를 바짝 긴장시켰다. 경쟁사들은 지금도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황 사장은 "정도영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더욱 각오를 다진다. 황 사장은 지난 6월 사장으로 취임한 뒤 5개월동안 과거의 묵은 관행을 깨기 위해 직원들과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었다.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핵심가치를 설정했다. 삼성증권인의 윤리강령도 만들었고 영업직원에 대한 조직개편과 평가보상제도 영업전략 등도 손질했다. 물론 일부 직원의 거부감과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사장이 무섭다. 너무 몰아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주식매매 약정고가 1위인 증권사의 사장으로서 수월하게 임기를 마칠수 있지만 이런 불만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도영업이란 깃발을 든 까닭은 무엇일까. 이에대해 황 사장은 "1등회사의 응원단장만 한다면 증권업계 전체가 국제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답변한다. 그러면서 평소 증권영업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을 하나씩 풀어놨다. "증권업계는 그동안 고객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후진적인 영업행태만 계속해 왔다. 증권사 체력이 위험수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증권영업은 은행이나 보험에 비해 개인고객에 대한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자산획득전쟁에서 질수 밖에 없다. 금융업은 결국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자산을 누가 더 많이 획득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이같은 생각을 가지고 그는 증권영업의 구조를 낱낱히 뜯어보았다. 먼저 증권사 고객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개인고객의 성향을 분석해 봤다. 그 결과 예탁자산이 5천만원이나 1억원 이상인 고객은 아주 적었고 그들의 주식매매 회전율은 매우 낮았다. 반면 개인고객의 대부분이 5백만원이나 1천만원 안팎의 자금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다. 적은 돈을 갖고 대박의 꿈을 꾸는 개인고객을 상대로 잦은 주식매매를 권유해 결과적으로 손실을 안겨주다보니 고객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는 약정위주가 아닌 고객 수익률 위주로 영업직원을 평가하기로 결심했다. 약정을 많이 올린 증권사 영업직원은 성과급을 받아 자동차를 바꾸는 반면 고객은 투자원금이 반토막나 빈털터리가 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없애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정도는 영업을 하기 위한 방법일 뿐 목적은 아니다. 기업의 목적은 영업을 해서 이익을 내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약정순위에서 밀려도 책임을 추궁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영업활동을 해서 수익을 내는 것은 기업의 생존 목적이라는 것이다. 황 사장은 내년을 기대하고 있다. 정도영업의 성과가 어느정도 나타날 것이란 희망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은 지난 82년 한일투자금융으로 출발한 삼성증권이 창립 20주년이 되는 해다. 국제증권으로 이름을 바꾸고 삼성이 인수한 것은 지난 92년 11월이지만 회사 창립일은 1982년 10월19일로 잡고 있다. 그는 "올해가 창립 19주년이고 내년이면 20년으로 성년식을 가져야 할 때다. 그때까지 성년의 나이에 걸맞게 남들이 봐도 믿음직한 성숙한 회사로 키우겠다. 직원들의 실력과 자존심을 믿는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증권영업이 주식매매 위주에서 자산관리형 영업이나 투자은행업무로 확대돼야 한다는 시대적 흐름을 잘 알고 있었다. 약정경쟁이 만들어낸 거품을 정도영업을 통해 홀쭉하게 빼내고 투자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코스닥시장 설립의 산파역을 맡았던 유시왕 전 코스닥증권시장(주) 전무를 상임고문으로 영입한 것도 투자은행 업무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코스닥등록과 프리코스닥 등 기업공개(IPO)관련 업무가 중요하다. 코스닥등록예정기업에 대한 기업금융(IB)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필요할 경우 기업인수합병(M&A) 전문가, 파생상품 전문가도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황 사장의 영업무대는 해외에도 뻗쳐 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중국 유력증권사와 합작증권사를 설립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중국에 진출하는 국내기업의 M&A, 현지투자나 합작 또는 기업금융 등에 대해 자문업무를 개척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황 사장은 회사의 수익구조를 5-3-1에서 3-3-3으로 바꾸어 놓겠다고 말했다. 위탁매매(현재 50∼55%) 자산관리(30∼35%) 기업금융및 자산운용(10∼15%)의 수익구조를 각각 30%로 바꿔 투자은행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얘기다. 정도영업과 증권사 수익구조낵굼?향한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국내 증권산업을 한단계 도약시킬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 ----------------------------------------------------------------- [ 약력 ] 1952년 10월29일생 서울고.서울상대 무역학과 졸업 1975년 삼성물산 입사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국제금융팀, 방크 파리바 서울지점, 뱅커스트러스트은행 서울지점.도쿄지점.아시아담당 부회장, 삼성전자 자금팀장, 삼성생명 전략기획실장.투자사업본부장, 삼성투신운용 사장, 삼성증권 사장(현재) 취미 =골프(구력 10년, 핸디캡 12) 테니스 등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