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걸어다니면서도 주식거래를 할 수 있는 세상이 활짝 열렸다. "포스트PC"의 선두주자로 급부상중인 "똘똘한" PDA(개인휴대단말기)를 이용한 무선증권거래 서비스가 최근 개시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에도 휴대폰이나 전용 단말기를 이용한 무선 증권거래는 가능했다. 하지만 속도가 일반 데스크톱PC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지는 데다 서비스 지역이 수도권과 광역시 등에 국한돼 아무래도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낮았던 게 사실이다. 지난 1일부터 SK 교보 동양 메리츠 신한 한화 등 6개 증권사가 공동으로 실시중인 무선증권거래 서비스 "모바일로"는 이러한 기존의 단점을 최대한 보완한 "야심작"이다. 최대 1백44Kbps에 이르는 빠른 접속 속도,전국 어디서나 가능한 서비스,데이터 전송량에 따른 저렴한 패킷 요금제 등 어느 면으로 봐도 빠지지 않는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무선으로 주식.선물.옵션 거래를 할 수 있는 진정한 "모바일 트레이딩(mobile trading)"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에따라 PDA를 필두로 한 모바일 트레이딩이 과연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가 증권업계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왜 PDA인가=지금까지 국내 사이버 증권거래 시장은 HTS를 이용한 증권거래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HTS나 휴대폰 증권전용단말기 등 각종 온라인 증권거래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80%를 넘어선 상태다. 이중 PDA와 같은 이동단말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그러나 PDA가 가진 독특한 매력을 감안하면 성장 잠재력은 상당히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HTS에 비해 기동성이 탁월한 데다 그에 맞먹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것. 기존의 전자수첩 기능은 물론이고 e메일 송수신,게임,인터넷서핑,전화,게다가 생생한 주가분석그래프가 동반되는 증권거래까지 가능하다면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는 진단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휴대폰도 비슷한 기능을 내세우고 있긴 하지만 PDA만 못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화면이 지나치게 작은 데다 손가락으로 버튼을 일일히 누르기가 번거롭다는 지적이다. 이에 비해 PDA는 손바닥에 올려놓은 채 스타일러스 펜으로 꾹꾹 누르기만 하면 되니깐 한결 편하다. 최근 해외에선 무선 네트워크 기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PDA 하단에 소형 키보드를 함께 넣어 스타일러스 펜으로 입력하는 "불편"마저도 해소한 새 모델도 선을 보였다. 이처럼 빠른 기술발달로 PDA시장과 함께 이를 이용한 무선증권거래 시장도 쑥쑥 커나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모바일로"에 대한 초기 반응=무선증권거래서비스 사업에 동참한 6개 증권사 연합에 따르면 사용자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증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하루 평균 50건 정도는 예약 주문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사용법이나 구입방법을 묻는 전화 문의도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증권의 김중일 온라인사업팀장은 "PDA를 이용한 무선증권거래의 장점이 제대로만 부각된다면 향후 2~3년내 HTS의 시장점유율을 최소한 10~15% 정도는 뺏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실제로 "모바일로" 서비스를 이용해 본 한 고객은 "속도나 해상도,그리고 서비스 내용에 있어서 HTS에 비해 전혀 뒤질 게 없다"며 "과연 노트북의 뒤를 잇는 "걸어다니는 PC"라고 할만하다"고 평가했다. 남은 과제=PDA수요를 어떻게 늘리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국내에 보급된 PDA대수는 10만 정도. 따라서 전문가들은 우선 초기 시장수요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PDA증권거래도 성공적으로 정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선 50~90만원이나 하는 단말기 가격이 우선 낮춰져야 한다는 게 공통적인 지적이다. 신한증권 김성곤 사이버마켓실장은 "전세계적으로 PDA관련 기술이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가 되면 싸고도 성능이 훌륭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와 단말기 가격이 30% 이상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PDA시장 수요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과거 휴대폰의 경우처럼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꼭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도 무선단말기 시장은 과감히 키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