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주가의 고향' 상장.등록기업의 3.4분기 실적이 발표됨에 따라 실적에 따라 종목간 주가 흐름이 차별화되고 있다. 기업 실적이야말로 주가를 결정해 주는 최고의 재료이기 때문이다. 미국 테러 사태 이후 460선까지 곤두박질쳤던 주가가 조정없이 줄달음쳐 610선에 와 있는 점도 기업 실적(경기)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이번 증시의 랠리가 기본적으로 내년에 경기(기업 실적)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증시전문가들은 증시가 '충분히' 올랐기 때문에 섣부른 추격 매수보다는 실적에 비해 주가가 덜 오른 종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실적 이삭줍기에 나서라는 충고다. 지수 저점 대비 덜 오른 종목 =실적호전주중 주가 상승률이 낮은 종목으로는 하이트맥주 LG건설 신세계 동양백화점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지수 상승률을 훨씬 밑돌고 있다. 610선을 돌파한 종합주가지수가 연중 최저점(9월17일,468.76) 대비 30.32% 올랐지만 이들 종목의 상승률은 4~5%대에 머물고 있다. 반도체 통신 등 IT(정보기술)주가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신세계는 매출 44.04%, 영업이익 1백8.64%, 순이익 1백81.57%의 증가율로 창사 이래 가장 좋은 실적을 냈지만 이 기간 주가상승률은 4.02%에 불과했다. 하이트맥주는 지난 9월17일 4만5천6백원에서 지난 16일 종가가 4만7천5백원으로 겨우 4.17% 올랐다. 올들어 3분기까지의 실적은 매출 12.56%, 영업이익 11.80%, 순이익 4.8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LG건설의 경우 영업이익(1천8백88억원)과 순이익(1천70억원)이 16.76%와 9.63% 늘었지만 주가 상승률은 4.62%에 불과하다. 최근 실적 호조로 흑자전환된 동양백화점도 5.32%밖에 오르지 못했다. 에스원 동양고속 한국전력 한일시멘트 대덕GDS 남해화학 등도 지수 상승률을 밑도는 실적호전주로 분류된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앞으로 증시가 가파른 상승보다는 계단식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실적에 비해 주가 오름폭이 적어 가격메리트가 있는 저평가 종목을 찾아내는 '종목고르기'에 나설 때"라고 조언한다. 11월 랠리에서 소외된 종목 =540선에서 610선까지 치고 올라온 이번달 랠리에서 소외된 실적우량종목은 근화제약 태경산업 금강고려화학 태평양 풀무원 동아제약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은 3분기 누적실적 기준으로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증가율이 각각 20% 이상이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를 넘는 우량 기업이다. 특히 근화제약 태경산업 금강고려화학은 이달의 강세장 속에서도 오히려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 지수 상승률이 12.28%인데 비해 태평양 풀무원 동아제약 등의 상승률도 2~6%대에 그쳐 이번달 지수 상승률(12.28%)을 크게 밑돌고 있다. 중외제약 계룡건설 현대모비스 한올제약 등도 주가 상승률이 10%를 밑돌고 있다. 경인양행 웅진닷컴 영원무역 흥아타이어 NSF 현대자동차 중앙건설 등도 제값을 받지 못한 종목으로 꼽힌다. 분석 및 투자전략 =최근 증시의 특징은 내수 우량주의 소외와 IT주의 도약이다. 현재 실적이 좋은 기업보다는 지금은 실적이 안좋지만 앞으로 개선될 것으로 여겨지는 종목들이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았다. 최근 증시가 외국인에 의한 유동성 장세의 성격이 강했던 만큼 내수 우량주보다는 핵심블루칩을 비롯한 IT주가 '빛'을 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암울한 현실(실물경기 침체)보다 훨씬 앞(경기회복 기대감)을 보고 내달리고 있는 지수가 이미 610선을 돌파한 만큼 이제부터는 기업 실적이나 경기지표 등 펀더멘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SK증권 현정환 선임연구원은 "태경산업 풀무원 흥아타이어 이수화학 NSF 등은 시장에서 소외돼 있는 우량종목들"이라면서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중기투자를 하려는 투자자는 실적이 호전되고 있지만 주가상승률이 낮은 종목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