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는 한국 증시의 '계륵'이다. 지옥과 천당을 수시로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가 올라야 지수가 오른다'는 착시현상이 나타날 정도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최근 상승장에서 거래소시장 전체 거래량의 절반 이상을 독식하고 있다. 거래대금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최근 들어 주가도 폭등세다. 5일 연속 상승하며 14일 1천8백30원을 기록,전저점(8월30일·7백80원)에 비해 1백34.6%나 뛰었다. 거래량을 동반한 이같은 주가 상승은 뭐니뭐니 해도 반도체 현물가격 반등이 배경이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1백28메가 SD램의 경우 최근 1주일새 90% 이상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하이닉스반도체의 엄청난 주식물량이 지속적인 주가 상승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경기도 두고두고 회생의 변수라고 입을 모은다. ◇내년 공급물량 '최소 10억주'=주식 물량은 펀더멘털과 함께 기업 주가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다. 이런 측면에서 하이닉스반도체의 주가 전망은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 내년 5월 말에 주식수가 적어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이달 말 3조1천억원 규모의 채권을 전환사채(CB) 발행 형태로 출자전환할 예정이다. 이 CB는 내년 3월 초부터 전환가 3천1백원에 주식전환이 가능하다. 채권단이 이 가격대로 주식을 전환한다고 추정하면 지금(상장주식 10억주)만큼의 주식이 더 생겨나는 셈이다. 하이닉스반도체 관계자는 그러나 "주가가 3천1백원 이상으로 상승하지 않는다면 주식전환이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환가를 시가에 맞춰 재조정할 수 있게 되는 내년 5월 말께는 CB가 대규모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액면 병합 가능성=데이 트레이딩의 기본 종목으로 변한 하이닉스 주식을 '정상' 투자종목으로 바꾸기 위해 물량을 줄여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그러나 자본금을 줄이는 감자가 쉽지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현대증권 우동제 반도체 팀장은 "사실상 국민주로 바뀐 상황에서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칠 것"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다. 감자를 추진할 주도세력도 당분간은 없다. 기존 대주주였던 현대상선 현대중공업 현대엘리베이터 등 현대 관계사의 지분을 합쳐봤자 9.3%에 불과하다. 전체 주주의 3분의 1 이상,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감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새롭게 거론되고 있는 물량 감축 방안이 액면병합이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채권단이 지분 50% 이상을 확보할 내년 하반기 이후 액면가를 1만원 등으로 높이는 방법을 통해 유통주식수를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D램 현물가격이 관건=전문가들은 하이닉스의 '물량' 악재를 상쇄할 수 있는 것은 반도체 가격 상승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하이닉스는 현물시장에 대한 출하량이 전체의 30%를 웃도는 점을 감안할 때 현물가격의 상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우증권 전병서 수석연구위원은 "D램가격이 올라가면 '적자폭 축소→주가 상승→채권단 출자전환 주식물량 감소' 등으로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주가가 더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D램 현물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여전히 생산원가의 30% 정도가 적자인데다 반도체 경기가 아직 정상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주가가 단기에 너무 많이 올라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위원은 "주가가 최근 저점에서 2배 오른데다 데이 트레이더 비중(70% 내외)이 너무 높아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