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값이 연일 급등하면서 업계에서 즐거운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상과열'이 아니냐는 경계심리도 대두하고 있다.

시장흐름을 뒤바꿀만한 뚜렷한 수급 모멘텀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현물시세가 지나치게 폭등하는 것은 정상적 시장패턴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

14일 현재 주력제품인 128메가 D램은 일주일만에 90% 가량 폭등한 개당 1.70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 대형 PC업체 구매 아직 없어 = 시장 일각의 이런 분석은 D램 수요회복의 전조(前兆)로 볼 수 있는 대형 PC업체들의 수요가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독일 인피니온은 지난 13일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가진 컨퍼런스 콜에서 "최근 D램 값 폭등이 심한 것 같다"며 "그러나 정작 대형 OEM PC업체들이 현물시장에서 제품을 사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반도체담당 애널리스트들도 대형 PC업체들의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징후가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더 두고보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 브로커.중소PC업체 움직임 활발 = 반면 유통단계의 브로커들과 중소 PC업체들이 연말특수를 겨냥해 구입물량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는게 이들의 분석.

메리츠증권의 최석포 연구위원은 최근 D램 폭등세의 이유로 ▲하이닉스가 채권단 지원 결정 이후 저가판매를 자제하고 있고 ▲동남아.미국 소재 일부 모듈업체와 중소업체들을중심으로 물량확보 움직임이 활발한 점등을 꼽았다.

그는 "삼성전자 등이 이런 움직임을 간파, 가격인상을 시도하고 다른 D램 업체들도 이에 동조하자, 납기준수가 절실한 모듈업체와 중소PC업체가 더 높은 현물가격을 수용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라고말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세력과 브로커들이 활개치고 있고 ▲최근 업계 통폐합.감산에 따른 심리적 효과가 영향을 준 점 등을 추가적인 요인으로 제시하며 최근의 반도체 시세 강세를 `일시적 바람'이라고 주장했다.

◆ 이달말 조정 가능성, 대세는 상승기조 = 이런 가정 하에 D램 값의 상승세가 이달 말을 고비로 한풀 꺾일 것으로 점치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이달 말이면 통상적인 연말특수 요인이 사라지는 시기인 데다 회계연도 마감을 앞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대규모 물량처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근거에서다.

최석포 연구위원은 "이번주말 이나 내주중 D램 현물가격이 조정과정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조정과정을 거치더라도 전반적인 상승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인피니온 등 주요 D램업체들의 재고가 4주 안팎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돼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잡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는게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내년 경기회복에 대비, 대형 PC업체들이 투자확대 차원에서 고급물량 확보에 나설 것이란 점도 대세상승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이는 대형 PC업체와 D램 메이커 사이의 가격협상에서 고정거래가가 과연 인상되느냐가 관건이라는게 업계의 관측. 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한달 이상은 현물가가 상승세를 타야 고정거래가 협상이 진전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 거꾸로 가는 '비트크로스' = 최근 현물시장에서 주력제품이 128메가 D램에서256메가 D램으로 교체되는 `비트크로스(256메가 D램 값이 128메가 D램 2개 값보다 낮아지는 것)' 현상이 발생했지만 과거 반도체 주기와는 다르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차세대 주력제품인 256메가 D램의 값이 낮아지면서 발생하는 것이 통례이지만 이번에는 현 주력제품인 128메가 D램 값이 폭등한데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주된 수요처인 PC업체들이 아직까지 256메가 D램을 사용할 준비가 안돼있다는 증거"라며 "그러나 현 시장구조상 256메가 D램의 세대교체는 분명히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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