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 금리를 0.5%포인트 내린데 대해 이를 예상해온 국제금융시장은 대체로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뉴욕을 비롯한 주요 증시들은 인하 발표로 주가가 상승하기는 했으나 상당수 주식들이 같은날 반락세를 보였으며 금과 아시아 채권시장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달러도 그간의 강세 기조에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관심이 FRB의 연내 금리 추가인하 가능성과 8일 소집되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이사회에서 유로 금리가 내릴지 여부에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FRB가 올들어서만 10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렸음을 상기시키면서 과연 '금리 카드'를 더 구사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FRB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번에 금리 인하를 발표하면서 그간의 조치들이 어떤 효과를 냈는지를 앞세우지 않은 점도 이같은 FRB의 '영향력 감소'에서 비롯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FRB가 내달 금리를 또 다시 0.25-0.5%포인트 내리기보다는 그간의 조치들이 소비자와 기업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효과를 내는 것을 기다린 후 내년초에나금리를 또 내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보기도 한다. FRB의 이번 금리 인하와 관련한 부문별 움직임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금융시장 반응 : 이미 인하를 예상해온 만큼 이렇다 할 동요가 없다. 뉴욕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이날 금리인하 발표가 나기 전 50포인트 가량 빠진 상태였던 것이 상승세를 보였으나 오후장에서는 오히려 10포인트 가량이 빠졌다. 아시아 증시도 별반 동요하지 않았다. 6일 FRB 발표가 나기전 이미 '인하 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호주가 1.7%, 일본의 닛케이 지수는 1.8% 오름세를 보였다. 한국과 뉴질랜드도 상승했고 대만과 말레이시아는 전날과 같은 수준이었다. 이미 미금리 인하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미 금리인하 효과가 증시를 단기적으로부추기는 효과만 낼 것으로 예상해왔다. 아시아 채권시장 역시 조용했다. 미국채 가산금리가 줄어들기는 했으나 소폭이었다. 달러 베이스의 아시아 기업채도 가산금리가 그대로 였다. 금시장도 별다른 변화가 없어 이날 거래가 한산한 가운데 온스당 279달러 내외를 유지했다. ▲ECB 금리인하 할까 : 전문가들은 ECB도 이번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본다. 그간 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이유로 내세워온 유로권 인플레가 완연한 진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빔 두이젠베르그 ECB 총재도 5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통화이사회에서 모든 상황들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해 금리 인하가 실행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더욱이 국제통화기금(IMF)까지 지난주 유로가 달러에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방법으로 금리인하 압력을 넣기도 했다. 그러나 ECB의 금리 인하를 너무 낙관해서는 안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인베스터스의 마자넥은 "ECB가 금리를 내릴듯 하다가도 이를 실행하지 않아 투자자들을 실망시킨 사례가 많다"면서 "유로권 금리가 0.5%포인트는 내려가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지만 설사 인하되더라도 그렇게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외환시장도 FRB 금리 인하에 별반 동요되지 않으면서 관심의 포인트를 8일의 ECB 통화이사회에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유로화의 운명이 이번 통화이사회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FRB '금리카드' 무용론 대두 : FRB가 올들어 무려 10차례나 금리를 인하한 것과 관련해 시장 일각에서는 FRB의 '실탄'이 떨어진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잇단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관건인 소비자신뢰가 가시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 마지막인 내달의 FOMC 회동에서 연방기금금리를 또다시 0.5%포인트 내려도 과연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라이슨 어소시에이츠의 루 크랜덜 수석연구원은 FRB가 금리 인하와 관련해 "포커 페이스를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내심 걱정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금리 인하를 발표하면서 "그간의 잇단 조치가 어떤 실적을 냈는지를 일언반구도 않은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FRB의 '실탄'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달리 어쩔 도리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먼 브러더스의 드루 매튜연구원은 "FOMC 멤버들이 연방기금금리가 너무 낮아진 점을 우려해 12월 회동에서 금리를 더 내리돼 그 폭을 좁힐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0.5%포인트가 아닌 0.25%포인트를 예상한다는 얘기다. 그는 FRB의 `금리 카드'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다고 지적한다. FRB가 내년에나 금리를 더 내리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간의 인하가 뒤늦게 효과를 내는 것을 기다리고 또 미 생산성이 회복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밀러 타박의 수석채권담당자인 앤소니 크레센지는 "미 경제 지표가 개선되기를 FRB가 기다리고 있다"면서 효과가 가시화된 상태에서 금리를 더 내리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점을 모를리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FRB가 12월의 FOMC 회동은 넘기고 내년 1월에 연방기금금리를0.2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중 인하폭이 0.5%포인트에 달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미 금리인하 대(對)아시아 금융시장 단계 효과론 : 모건 스탠리의 아시아시장전문가인 아자이 카푸르는 FRB 금리인하 효과가 아시아 금융시장에 단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투자자들이 성장 및 소비주로 분산해 투자하길 권고하면서 먼저 대만, 한국 및 싱가포르 쪽에 포인트를 맞추고 이후 인도, 홍콩 및 중국에 투자할 것을 권고한다. 그는 미 경제가 침체에 빠졌던 그 다음해인 92년 금융시장이 급격히 반등했음을 상기시키면서 "골이 깊으면 그만큼 성장을 회복할 수 있음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헨더슨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셰인 올리버 국제투자팀장은 "이견들이 있겠지만 FRB가 여전히 (통화정책)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면서 "필요할 경우 재빨리 (금리추가인하)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미 경제가 "빨라야 내년 3분기에나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투자자들이 인내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미 경제가 잇단 금리 인하와 조지 부시행정부의 감세 등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빨라야 내년 상반기 회복세로 돌아서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뉴욕.홍콩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