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가 지난 8월말 이래 처음으로 560선을 돌파했다. 증시는 무엇보다 최근 시장의 중심축인 외국인 매수가 지속되면서 수급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종합지수가 540선을 돌파하며 테러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을 계기로 투자심리가 안정되고 있다. 종합지수는 550∼560선을 중심으로 아래로는 떨어져도 520선을 저점으로 확보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미국 주가가 경제지표 악화에도 불구하고 이를 도외시한 채 내년 이후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이 전파되며 매수세가 단단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장이 올들어 10번째 금리인하, 그것도 0.5%포인트 인하를 기정사실로 적극 수용하면서 제한적이나마 유동성 장세를 밀어부치고 있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열 번 찍어 안넘어 가는 나무가 있느냐'는 심산이다. 이에 따라 이전 '역사적 저점'으로 인식됐던 500선은 매우 강력해 보이며 저점높이기 차원을 넘어 △ 기관 내부의 태도 △ 11월 옵션만기일 등 선물시장의 변화 여부 등에 따라 고점영역을 단기적으로 580선대까지 엿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美 금리인하 등 수급여건 개선 신호 = 먼저 미국의 금리인하는 국내적으로도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되게 함으로써 수급여건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 배경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 10월 11일 이래 열사흘 연속 순매수했다가 10월 30∼31일 차익매물을 내놓으며 순매도로 전환했다. 그러나 지난주 미국의 경제지표 악화 속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이 거론된 뒤 다시 사흘째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 금리하락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채권투자를 통한 이익기회 축소 △ 기관의 장기증권저축 상품의 판매 확대 추진 △ 연기금 풀의 투자 현실화 증대 등이 맞물려 어떤 식으로든 증시의 수급여건은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우증권의 조재훈 투자정보팀장은 "미국이 다시 0.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며 "경기는 좋지 않지만 연말까지 제한적이나마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 팀장은 "외국인 매수가 지속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기관을 포함해 대규모 매도세력이 없다는 것도 수급개선의 일부분"이라며 "순환매를 염두에 두고 실적호전, 배당투자, 금리인하 수혜 종목군으로 선별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흔들리는 기관, 선택의 기로에 = 지난 10월중 외국인 매수가 지속될 때 매도로 대항했던 기관들이 코너에 밀리고 있다. 오르지 않을 것으로 봤던 시장이 이미 올라버린 것. 그것도 예상한 수준을 넘었다. 더욱이 프로그램 매수로 종합지수가 560선마저 돌파되면서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게 됐다. 애초 국내기관들은 4/4분기 주식전망을 하면서 테러 사태의 충격과 경기침체를 감안, 540선을 그리 쉽게 넘어서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따라서 매도관점에서 시장을 대했다. 그러나 외국인 매수는 생각외로 강력했다. 미국시장도 예상을 벗어나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발표되는 나쁜 경제지표를 대세바닥쯤으로 편리하게 앞서 읽던가, 금리인하정책의 무용성이나 유동성함정에 빠져들 것이라는 경계론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현재의 시장은 펀더멘털의 문제가 아니라 유동성, 수급의 문제를 앞세우고 있다. 논리의 문제라기보다는 심리의 문제로 치환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기관 내부에서 인식과 현실간, 즉 매도관점과 지수상승간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또 주식편입비율을 줄여놓은 상황에서 지수상승을 막아낼 매물도 많지 않다. 현재 기관의 심리상태는 지수가 더 이상 하락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면서 펀드 편입비율을 다소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여태까지 매도입장을 돌리기에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 더 상승하기 전에 들어가야겠으나 더 오른다는 보장도 없고 들어가도 이익이 별로 없는 어중간한 상태인 셈이다. 기관이 지난주 금요일 7,000억원 이상의 순매수를 보인 것은 지수의 하락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일부 수용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적극적·공격적 매수로 돌아서지는 못하고 있다. 투신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종합지수가 예상치보다 상승하면서 바닥일 지 모른다는, 매수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늘고 있다"며 "기관별로 차이는 있으나 저점을 상향조정하거나 상승에 대비해 매수가능성을 탐색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옵션만기일, 국민은행 상장 앞둔 급변동 대비해야 = 종합지수 560선이 돌파되면서 선물시장에서도 매도세력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시장베이시스 변동성이 시장의 핵으로 부상했다. 지난 9월물 만기 이래 마이너스 1대 수준으로 확대되기만 했던 시장베이시스 백워데이션이 지난주 후반 이후 좁혀지고 있다. 이날은 거의 0 수준까지 접근, 장후만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되면서 지수를 560선까지 올려놨다. 8일 옵션만기일과 9일 국민은행 신규상장을 앞두고 단기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선물시장에서 단기 충격이 빚어질 가능성은 두 가지이다. 먼저 투기거래의 경우 매도관점을 보였던 개인들이 선물상승으로 마진콜 등 궁지에 몰리면서 매도포지션을 청산하며 환매수에 나설 가능성이다. 코스피선물 12월물이 69선을 돌파, 9.11 테러 이전 수준을 넘어 이미 9월초 수준까지 접근했다. 추가상승할 경우 개인들의 숏커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외국인은 장중 내내 규모는 많지 않았으나 매도를 보이다 장후반 매수로 전환하면서 선물시장의 참가자들을 화들짝 놀라게 했다. 지수는 많이 올랐고 급락할 가능성이 약화된 이상 악성 매도포지션의 청산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두 번째 차익거래의 경우 8일 옵션만기일을 계기로 매도차익잔고의 청산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베이시스 축소노력에 따라 마이너스 0.5선 안쪽으로 좁혀졌다. 아직 시장전망이 불확실해 신규매수 차익거래가 유입될 가능성보다는 현재 3,800억원 가량 쌓인 매도차익잔고를 청산하면서 이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럴 경우 이전의 선물매수-현물매도와는 달리 선물매도-현물매수를 통해 청산되야 하는데, 현물 거래소시장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다. 차익거래자 뿐만 아니라 주식편입비율이 적은 주식형펀드 등 비차익거래에서도 지수관련종목을 편입하려는 일종의 '물량확보싸움'이 시장상황을 급박하게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SK텔레콤은 내수관련 실적호전 등으로 상승하다가 1조원 이상의 자사주 매입 재료 등을 통해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인 25만원대까지 올랐다. 삼성전자도 18만원대로 올랐다. 새 국민은행은 신규상장 이후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쌓여 있다. 이들 종목은 가격상 사기도 부담스럽고 외국인 지분율도 크게 높아진 상태여서 유통물량도 관건이 될 수 있다. 키움닷컴 증권의 정선호 과장은 "시장베이시스가 크게 좁혀져 옵션만기일 대략 1,000억원 가량이 매수청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현선물시장에서 숏세력이 몰리고 있어 단기 급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