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의 시장을 보는 눈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의 상승을 일시적인 기술적 반등으로 치부하고 매도로 일관했던 기관투자가가 소폭이나마 매수 우위로 태도를 바꿨다. 서울보증 대지급과 연기금 투입 등으로 '실탄'이 보강된 기관들이 주식편입 비중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도 꾸준히 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기관들이 서서히 '테크(tech)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또 합병은행주 등 금융주와 통신주의 움직임이 향후 장세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SK투신 장동헌 주식운용본부장은 "그동안 주식편입 비율을 높이지 않으면서 종목 위주로 접근해 왔지만 이제는 시장이 본격 상승세로 돌아설 때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며 "현재 평균 80% 수준인 주식편입 비중을 5∼10% 정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외 선행성 경기지표가 여전히 좋지 않지만 시장이 내년에 대한 기대를 반영해 내성을 가지고 견조히 버텨주고 있다"며 "특히 은행·증권주와 통신주 등이 유망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한투신 이기웅 주식운용본부장은 "지난달부터 전략을 수정해 매도는 보류하고 주식 비중을 늘려왔다"며 "기관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지수의 하락 위험이 제한적인 상태이고 시장이 570으로 내달릴 때 랠리에서 소외될 수 없기 때문에 어차피 주식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투신 김기환 상무는 "성장형 기준으로 평균 76%인 주식편입 비중을 80%까지 늘려갈 생각"이라며 "새로 매입하는 종목은 내수 관련주보다는 전기전자 업종 등 테크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상무는 "연말까지는 지수 600 정도를 상한으로 하는 제한적인 상승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정한 섹터에 베팅하기보다는 업종대표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맞춰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